부동산 규제 풀었으니 시장이 살아난다고?
(시사저널=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빠르게 하락하던 집값이 최근 다시 반등했다. 한국부동산원이 9월 셋째 주(9월18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매매가격은 0.10% 상승, 전세가격은 0.13%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지난주 0.15% 상승했는데 이번 주에 0.17% 상승으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상승 폭이 축소된 서울을 제외하고, 5대 광역시와 8개 도 역시 0.04% 상승했다.
정부가 경착륙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규제를 풀고 은행 대출을 확대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에서도 해제한 게 대표적이다. 이 규제 완화 효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택 가격이 다시 상승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이제 모든 문제는 해결됐다고 볼 수 있을까.
하락하던 집값 일제히 반등 성공, 왜?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3년 8월 기준으로 부동산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998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5544건과 비교하면 8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임의경매는 담보물건을 가진 채권자들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법적 절차다. 채무자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 채권자는 법원에 임의경매개시결정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경매 절차가 시작된다. 임의경매가 증가하는 것은 대출의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고금리로 인해 감소하고 있던 주택담보대출 역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23년 7월 예금취급기관 가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57조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6월 4조원, 7월 3.4조원이 증가한 결과다. 주택담보대출은 주로 신규 주택 매입에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순자산 규모가 작은 무주택자가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대한건설협회와 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주요 건설회사(시공능력평가액 40~600위)를 대상으로 조사한 '부동산 신탁사 참여 PF 사업장 현황 분석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결과에 따르면 신탁사가 참여한 총 70개 사업장 중 62곳이 채무인수 약정을 체결했다. 2023년 8월말까지 11곳에서 채무인수가 발생했고 14곳이 3개월 내 채무인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총 70개 사업장 중 26곳은 공사비 증가, 채무인수 부담 등으로 인해 공사비 회수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판단되고 있다. 건설회사의 부실은 PF 사업에 참여한 시행사나 신탁사, 금융회사 등의 부실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리하게 빚을 일으켜 산 집은 경매로 나오고 가계 대출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 무리한 사업 진행으로 건설회사와 금융회사들은 부실이 커지고 있다. 2019년부터 이어진 집값 폭등에 따른 후유증이다. 이러한 문제가 단순하게 집값이 다시 상승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을까.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경우는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감소할 때다. 수요가 많아져 자산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증가하고 다시 가격은 안정된다. 공급이 감소해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무수한 경우가 있겠지만 수요와 공급 그리고 가격 변동으로 시장은 안정을 찾고 다시 변화한다.
건설회사들의 부실이 이어지고, 주택시장 경착륙이 우려된다고 규제를 완화하고 대출을 확대해 주택시장을 인위적으로 움직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인위적인 정책이 만드는 시장 변화는 오래갈 수 없고 부작용 역시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부동산 시장은 변화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아파트 매매 거래량 감소다. 2023년 7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만6000건을 기록해 5월 4만 건을 넘긴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다시 높아진 가격으로 실수요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반면, 아파트 매도 물량은 증가하고 있다. 2023년 8월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은 7만3000호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9월에는 7만4000호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집값을 결정하는 공급은 매도 물량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하는데 왜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팔려고 할까.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이 논리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행동이 아니라 생각이 필요한 시점
수요는 감소하고 있고 공급, 즉 매도 물량은 증가하고 있다. 수요가 줄고 공급이 증가하는데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하기는 어렵다. 시장 메커니즘에 맞지 않는 부동산 정책이 일으키는 큰 부작용을 오랫동안 경험했다. 정책을 통한 무리한 시장 개입은 주택 가격의 변동 폭을 키워왔다.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우려를 가지고 바라보는 이유다.
문제는 개인이다. 주택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지면서 많은 사람의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 대출이라도 받아서 집을 빨리 사야 할까? 걱정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험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집값은 계속 오르지 않고 떨어진다. 강남 아파트 가격도 절대 계속 오르지 않는다. 시장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가격이 싸질 때 내 집을 마련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행동이 아니라 생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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