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번아웃 1위 집단이 전업주부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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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과 관련한 칼럼을 쓰거나 강연을 가면 저는 항상 이 질문을 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청중들의 답변에는 정신의학전문의들이 자주 언급하는 진짜 번아웃 위험 집단 하나가 항상 빠져있습니다.
"가장 쉽게 번아웃에 노출되는 집단 중 하나가 전업주부다"라고 말씀을 드리면 반 정도는 '아... 그렇겠네?'라고 반응을 하시지만 반 정도는 이유를 바로 캐치 못하시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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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번아웃에 가장 취약한 집단은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번아웃과 관련한 칼럼을 쓰거나 강연을 가면 저는 항상 이 질문을 하고는 합니다. 답변은 다양합니다. 공무원, 교사 등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직업들이 주로 언급되거나 MZ 세대를 꼽습니다. 요새 하도 MZ, MZ 하니까요. 그리고 제가 주로 젊은 층을 상담하는 상담소의 대표니까 으레 그렇겠거니- 하시는 거죠. 그런데 청중들의 답변에는 정신의학전문의들이 자주 언급하는 진짜 번아웃 위험 집단 하나가 항상 빠져있습니다.
바로 전업주부인데요. "가장 쉽게 번아웃에 노출되는 집단 중 하나가 전업주부다"라고 말씀을 드리면 반 정도는 '아... 그렇겠네?'라고 반응을 하시지만 반 정도는 이유를 바로 캐치 못하시기도 해요. 번아웃 하면 뭔가 '야근이 많은 회사들, 또는 민원 업무 스트레스가 큰 직장인들 중에 누가 있나?'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시다 보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많이 힘든 사람'을 떠올리다 보면 가정주부가 1순위로 안 떠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거죠. 하지만 번아웃은 소위 '빡센 일상'만으로 찾아오는 게 아닙니다. '왜 가정주부가 번아웃을 제일 많이 겪는가?'를 이해하면 번아웃의 알고리즘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번아웃을 단순히 빡센 사람으로 생각하지 마시고요. 명확한 보상이나 인정, 그러니까 물질적 보상이나 심리적 보상이나 그런 것들이 없는데 끝없이 계속 노동은 해야 되는 상황이 번아웃을 불러온다고 전제해 봅시다. 그럼 가정주부가 왜 1위인지 납득이 되시나요?"
이 전제를 얘기를 해드리면 '어 잠깐만. 명확한 보상이 없이 매일매일 일을 계속해야 된다...? 그럼 전업주부가 맞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자, 떠올려봅시다. 실제로 중년의 어머님들이 상담을 오셔서 "남편한테 서운한 거, 부부 상담 때 다 털어놓자" 이런 얘기를 하면 이렇게 말씀을 하세요. "'집에서 하는 것도 없이 말이야! 어? 집에서 놀면서 말이야!' 이런 남편의 얘기에 깊은 상처를 받았어요"라고요.
그리고 왜 집안일에 대해서 이런 표현도 있잖아요. '집안일은 해도 해도 표가 안 난다', 그러니까 우리 윗세대의 어머님들 생각해 보면 집안일에 대해 금전적으로 돈을 받지 않아요. 게다가 해도 해도 항상 반복되잖아요.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아니라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도는 유형의 노동이죠. 빨래도 또 해야 되고, 청소도 또 해야 되고.. 어쩜 그렇게 자식들은 옷을 여기저기 훌렁훌렁 벗어놓는지. 청소는 해도 해도 먼지는 매일 쉬지도 않고 집에 내려앉는지... 그러니까 정리해 보면 집안일은 심리적 보상도 못 받고 물질적 보상도 못 받아요.
번아웃, 즉 소진의 주요 원인을 한번 정리하자면 '보상 체계는 무너져 있는 상태에서 무한히 반복 업무를 하는 상태'입니다.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번아웃은 '단순히 과로가 아니라 충분한 보상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내 일에 대한 의미나 가치를 상실했는데도 계속 노동은 꾸역 꾸역 해야 하는 경우' 에 발생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겁니다.
한국의 전업주부의 상황과도 참 많이 닮아있지 않나요? 사실 우리 사회는 이 사실을 희미하게나마 알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엄마가 뿔났다>와 같은 드라마를 통해서 엄마의 자아 찾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었지요.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기 전부터도 사실 우리는 '가정주부가 지속적으로 소진되는 대상이다'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는 다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다가오는 명절 역시도 '당연하게 주어지는 과도한 노동'의 늪에서 힘들어하는 엄마, 아내, 며느리를 마주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소진을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말은, 그리고 행동은 무엇일지를요.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320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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