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맘편히 돈벌고 가세요”…공안출신 총리가 뉴욕에 가서 한 말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3. 9. 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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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 - 265]
9월 22일 뉴욕-호치민 친선 MOU 체결
방미 팜민찐 “뉴욕의 권리, 베트남서 보장”
월가자본 끌어들여 국제금융허브 도약 포석

지난편 시리즈 기사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를 줄타기하며 외교 역량을 과시하고 있는 베트남에 대해서 소개해 드렸습니다. (☞기사보기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190923?sid=104)

팜민찐 베트남 총리(가운데)와 판반마이 호치민 인민위원회 위원장(왼쪽 넷째)이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 출처=VN익스프레스]
이번에는 베트남 입장에서 상징적인 이벤트 하나를 소개해드립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과 판반마이 호치민 인민위원회 위원장이 두 도시 간 친선 관계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미국에 방문중인 팜민찐 베트남 총리 미국 순방길에 이뤄졌습니다. 뉴욕과 호치민간 MOU체결이라기 보다 미국과 베트간 MOU체결이라는 해석을 해도 크게 지장이 없을 듯 합니다.

이번에 미국에 간 팜민찐 총리는 이참에 확실히 미국의 돈줄기를 베트남으로 끌고 오겠다고 작정을 한 것 같습니다. 보여주는 행보에 그런 열망이 묻어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호치민과 뉴욕간 MOU 체결은 목적하는 바가 뚜렷합니다. 판반마이 위원장 발언을 중점으로 살펴봅니다.

판반마이 위원장은 “이번 MOU가 두 도시에 큰 의미가 있다. 상징적일 뿐만 아니라 모든 차원에서 양국 간 포괄적이고 실질적이며 효과적인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경제, 금융, 문화, 환경, 과학기술, 혁신, 교육 등의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프로그램을 위한 탄탄한 기반이 될 것이다. 두 도시 간 친선 관계를 구축하면 기업들이 연결되고 협력을 강화하며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 뉴욕은 지역 및 국제금융중심지라는 목표를 가진 호치민시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베트남의 호치민시가 동남아를 아우르는 국제금융중심지라는 거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금융중심지로 도약하려면 돈의 자유를 허락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베트남은 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가의 자본을 끌여들여 경제성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베트남의 이상은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결론은 미국을 끌여들여 큰 폭의 성장 과실을 따먹겠다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뉴욕으로 대표되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자금을 가져와야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번 팜민찐 베트남 총리의 뉴욕행은 이같은 관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사회주의국가 외피를 쓰고 있는 베트남이 자본주의의 상징 미국 뉴욕과 손을 잡고 월가 자금을 끌여들여 나라 발전을 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입니다.

행사 막바지에 던진 팜민찐 총리의 발언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베트남은 세계 최고의 금융 중심지인 뉴욕과의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미국 전체 투자자와 기업, 특히 뉴욕의 권리를 베트남에서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이 얘기는 결국 월가의 자금이 베트남에 들어와 돈을 벌고 나가도 여기에 태클을 걸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얼마든지 돈벌 판을 깔아주겠으니 제발 돈만 넉넉하게 싸들고 베트남에 건너오라는 얘기입니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간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틈을 타 확실하게 실리를 따먹으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팜민찐 총리의 미국 순방길에 보인 행보에서 이런 사고의 흐름이 읽힙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손잡고 있는 팜민찐 베트남 총리. <VN익스프레스>
그는 미국 방문 일정 중 엔비디아와 시놉시스 본사를 방문해 베트남 반도체 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미 시놉시스는 지난 18일 베트남 투자부와 MOU를 체결하면서 베트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습니다.

팜민찐 총리는 지난 1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포럼에서 “모든 투자자가 베트남에서 투자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베트남을 반도체 생산 공정 메카로 키워주면 절대로 미국을 배신하지 않고 충실한 사업 파트너가 되겠다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

팜민찐 총리는 사실 베트남의 공안 출신입니다. 베트남의 공안은 자국 안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서슬퍼런 권력을 갖고 있는 집단입니다. 공안에서 권력을 잡으며 성장한 팜민찐 총리 입장에서 그는 ‘을’의 입장보다는 ‘갑’의 입장에서 평생을 살아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리를 얻으려 나간 해외 순방길에서는 그는 아낌없이 립서비스를 퍼부으며 미국 비위맞추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싸우는 틈을 타 꽤 많은 선물보따리를 건네받으며 톡톡한 이득을 챙길 것입니다. 역사는 미중 무역분쟁을 베트남 경제발전의 결정적 이벤트로 기록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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