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000억 떼먹었다...‘악성임대인’ 반년 동안 100명 늘어

올해 안 악성임대인 명단 공개될듯

동탄신도시 전세사기 사건 관련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들이 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6.9/뉴스1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떼어먹은 ‘악성 임대인’이 지난 6개월 동안 100명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세입자들로부터 떼어먹은 보증금만 1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다세대 주택 보증 사고 피해가 절반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맹성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HUG의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악성 임대인)는 지난 6월 기준 33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악성 임대인은 233명이었는데6개월 만에 101명이 늘어난 것이다. HUG는 전세금을 3차례 넘게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악성 임대인들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명단에 올려 관리한다.

HUG에 따르면 악성 임대인이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아 신고된 금액은 총 1조6553억원이었다. HUG는 이중 전세금(대위변제액) 1조4665억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줬다.

올 상반기에 악성 임대인이 일으킨 보증 사고는 다세대 주택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다세대 주택 보증 사고 피해 규모는 2147억원(1198건)으로 악성 임대인 전체 보증 사고(2443건)의 절반인 49%를 차지한다. 오피스텔 보증 사고는 1056건으로 전체의 43%였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된다

이같은 전세 사기 피해가 급증하면서 올해 안에 ‘악성 임대인’ 명단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의 법적 근거를 담은 개정 민간임대주택 특별법과 주택도시기금법이 오는 29일부터 시행된다. 명단 공개 대상은 HUG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대신 반환한 뒤 청구한 구상 채무가 최근 3년 이내 2건 이상(법 시행 이후 1건 포함)이고, 액수가 2억원 이상인 임대인이다.

다만 관련 법이 시행되더라도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고의가 아닌 경제난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임대인이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임대인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까지는 통상 2∼3개월 가량 걸린다. 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소명서를 참작해 명단 공개 여부를 결정하면 국토부와 HUG 홈페이지, 안심전세 앱에 악성 임대인 이름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