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숨이 가빠졌다"…`소행성 선물상자` 열렸다

안경애 2023. 9. 2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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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샘플은 추가작업 통해 볼 수 있어…"이번은 엿보기"
가져온 샘플 70%는 수십년 후 분석하도록 다시 봉인키로
NASA, 10월 11일 기자회견 열어 베누 샘플 특성 공개 예정
미국 과학자들이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가져온 소행성 샘플 캡슐의 뚜껑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나사
미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가져온 소행성 샘플 캡슐의 뚜껑이 열린 상태. 사진=나사

"뚜껑이 열리자 과학자들의 숨이 가빠졌다."

미국 휴스턴의 NASA(미 항공우주국) 존슨우주센터 천체물질연구팀이 27일(이하 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미국 과학자들이 거의 20년간 기다려온 소행성 표본을 담은 캡슐의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어쩌면 지구와 충돌할 지도 모르는 '가장 위험한 암석'으로 꼽히는 소행성 '베누(Bennu)'의 샘플이 담겨있다. 이에 앞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는 지난 24일 미 유타주 사막에 250그램 정도로 추정되는 소행성 '베누' 부스러기가 든 캡슐을 떨어뜨렸다.

◇"마침내 봉인이 열렸다"

스페이스닷컴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 애리조나대의 행성 과학자 단테 로레타 교수가 이끄는 NASA 연구팀은 27일 소행성 샘플이 담긴 캡슐의 뚜껑을 열어 그 안의 먼지, 모래 알갱이처럼 보이는 물질을 처음 확인했다. 이에 앞서 오시릭스-렉스 과학팀은 유타주 사막에서 옮겨온 소행성 샘플 통의 먼지를 닦아내고 분석을 위해 실험실로 보냈다.

로레타 교수는 27일 "우리는 오늘 용기를 열었고 검은 먼지 같은 물질이 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것이 베누에서 왔기를 바란다. 내일 아침에 그 일부를 채취해 실험실로 바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본 것은 캡슐의 뚜껑을 열어 바로 보이는 물질을 확인한 것으로, 주요 샘플은 내부 보호장치 안에 들어있어 추가 작업을 거쳐 열어봐야 한다. 로레타 교수는 이번 작업과 관련해 "우리가 무엇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한 첫 번째 엿보기"라고 말했다.

◇첨단 클린룸 안에서 조심스럽게 '우주 선물' 펼치기

이에 앞서 연구팀은 사막에서 회수한 캡슐을 26일 미 공군 화물기를 통해 유타주의 휴스턴에 있는 NASA의 존슨우주센터로 이송했다. 이후 우주센터에 특별히 설치한 최첨단 클린룸으로 옮겼다. 이 시설에는 50여 년 전 NASA의 아폴로 임무에서 가져온 달 암석들도 보관돼 있다. 캡슐은 외부 공기와 닿지 않으면서 과학자들이 손을 넣어 조작할 수 있는 글러브박스 안에 보관 중이다.

오시리스-렉스는 500미터 폭의 베누 탐사를 위해 2016년 9월 우주로 향했다. 2018년 12월 도착해서는 샘플 채취를 위한 최적의 장소 파악부터 지도작업까지 2년 가까운 사전작업을 했다. 2020년 10월 마침내 소행성에 가스를 분출해 충격을 가한 후 로봇팔을 뻗어 샘플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베누의 부스러기들을 수집챔버에 담았다. 과학자들은 당시 약 250그램의 샘플이 수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수집챔버의 문이 큰 덩어리 때문에 제대로 닫히지 않아 일부 샘플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는 샘플을 지키기 위해 귀환캡슐 안에 보관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오시리스-렉스가 임무 성공을 위한 최소 요구량의 4배인 250그램보다 더 많은 양을 가지고 지구로 돌아왔을 지 궁금증을 가져왔다.

과학자들은 이 샘플에 지구가 생기기 전에 존재했던 물질, 심지어 태양계 이전에 존재했던 물질이 담겨있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이를 분석하면 지구는 어떻게 형성되었고 왜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인지, 바다는 어디에서 물을 얻었고, 대기의 공기는 어디에서 왔는지 같은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 분자의 근원은 무엇인가에 대한 힌트도 얻고자 한다.

◇"진짜 보물은 아직 열어보지 못했다"

샘플 캡슐 안에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양이 담겨 있는지는 다음달이 돼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앞서 연구팀은 소행성에서 샘플을 채취해 지구까지 담고 온 TAGSAM(태그샘·터치&고 샘플 확보방식) 장치를 캡슐에서 분리시켜야 한다. 이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복잡한 작업이다. 과학자들의 바람은 이 장치 안에 더 큰 암석 덩어리가 담겨 있는 것이다.

로레타 교수는 "이번에 채취한 일부 샘플을 금요일(29일)까지 실험실에서 분석해 보면 물질에 대해 상당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먼저 실제로 소행성 부스러기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것이 우리가 그동안 예상했던 종류의 물질인지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먼지일 뿐이다. 진짜 보물은 다음 주 후반에야 접근할 수 있는 태그샘 안에 있다. 그 수집물의 성격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국제 연구팀과 오시리스-렉스 과학팀에 공정하게 분배하고 미래의 연구자들을 위해 장기적으로 무결하게 보존할 지 신중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NASA는 소행성 샘플의 약 70%는 새로운 실험실 기술과 기법을 갖춘 과학자들이 수십 년 후에 분석할 수 있도록 따로 보관할 예정이다. 또 10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베누에서 채취한 샘플의 특성 분석 결과를 자세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로레타 교수는 "우리가 꿈꿔왔던 순간이 와서 감격스럽다. 진짜 보물이 있는 태그샘을 여는 게 다음 할 일"이라고 말했다.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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