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몸무게 20% 쭉쭉↓… 누가 살 많이 빼나? 불붙은 비만약 경쟁

이창섭 기자 2023. 9. 2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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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② "이제 약으로 살뺀다"…비만치료제 시대 성큼
[편집자주] 전 세계가 비만치료제에 푹 빠졌다. 삭센다와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가 입소문을 타며 처방이 빠르게 늘고 있다. 또 마운자로 등 신제품 개발에 탄력이 붙으며 관심이 집중된다.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로 체중을 최대 2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놀라운 효능에 세계가 들썩인다. 국내에서도 비만치료제를 찾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다만 비싼 가격과 함께 요요현상이나 우울증 등 부작용 우려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으로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100조원 규모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야흐로 '약으로 살 빼는' 비만치료제의 시대다.

48주 차 -24.2%
72주 차 -22.5%
32주 차 -15.6%
최근 개발되는 비만 신약들의 체중 감량 효과다. 술과 기름진 음식을 자주 곁들이는 명절은 다이어트 최대 적이다. 명절 연휴가 끝나면 전보다 한껏 부푼 뱃살에 속상한 일이 많다.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다시 다이어트에 들어간다. 그러나 더는 힘들이지 않고 살 빼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더 강한 체중 감량 효과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이다.
몸무게 -24.2% 감소… '최강약' 개발하는 일라이릴리
비만약 개발 경쟁은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 양강 체제로 진행된다. 지금까지 공개된 임상 시험 데이터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가장 큰 약물은 일라이릴리의 '레타트루티드'다. 지난 6월 공개된 임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이 약물은 투약 48주 차에 비만 환자 체중을 평균 24.2% 줄였다.

24.2% 감소율은 평균치다. 실제로는 몸무게가 더 줄어든 환자도 있었던 셈이다. 임상 시험을 진행한 의료진은 약을 더 오래 투약하면 체중 감량 효과도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레타트루티드는 임상 3상 시험까지 마쳐야 한다. 실제로 이 약을 병원에서 보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빠른 허가가 예상되는 비만약은 '마운자로'다. 역시 일라이릴리가 개발했다. 마운자로는 레타트루티드 등장 이전까지 가장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약물이다. 임상 3상 시험 결과 마운자로를 주 1회 투약했더니 72주 차에 환자 몸무게가 22.5% 줄었다. 체중 감소 효과 20% 이상은 비만 수술과 맞먹는다. 마운자로가 의료계에 충격을 준 이유다.

마운자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만 허가받았다. 지난 6월 국내에도 들어왔지만 아직 출시되진 않았다. 국내에서도 당뇨 환자만 사용할 수 있다. 연말까지는 비만 치료제로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만 넘어 심근경색·뇌졸중 예방까지 노린다
경쟁사 노보노디스크에는 '카그리세마'가 있다. 앞서 소개한 2개의 비만 치료제는 살 빠지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72주 차 동안 약을 맞느니 그 시간에 차라리 운동하겠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그리세마를 주 1회 주사 맞은 환자는 32주 차에 몸무게가 15.6% 줄었다. 마운자로의 절반 이하 투약 기간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냈다. 카그리세마는 제약·바이오 시장분석기관 '이밸류에이트'(Evaluate)가 선정한 2028년 10대 의약품 중 하나다. 이밸류에이트는 2028년 한 해에 카그리세마가 19억달러(약 2조5000억원) 매출을 올릴 것이라 예상했다. 현재 카그리세마의 파이프라인(신약 개발 프로젝트) 가치는 무려 103억달러(약 14조원)로 추정됐다.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을 넘어 '심혈관질환'도 공략한다. '위고비'가 그 주인공이다. 위고비는 이미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아 사용되는 약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도 효과 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무려 5년간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위고비를 주 1회 투약한 환자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률은 위약군보다 20% 낮았다. 비만약이 살만 빼는 게 아니라 심근경색 같은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는 걸 보였다.

위고비는 제1형 당뇨병 환자 치료에도 효과가 있었다. 미국 뉴욕 소재 버팔로대학교가 수행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를 투약받은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이 3개월이 지나서 식사 후 인슐린 투여를 중단할 수 있었다. 평균 당화혈색소 수치도 6개월 뒤 절반가량 낮아졌다. 10명 환자의 소규모 임상 시험이라 효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대규모 임상 시험에서도 효과가 검증되면 제1형 당뇨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업계와 의료계는 환호했다. 이런 임상 시험 결과들이 비만약의 '보험급여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비만 치료제의 유일한 단점은 보험 적용이 안 돼 비싸다는 점이다. 하지만 심혈관 질환 예방이나 제1형 당뇨 치료로 비만약의 급여가 적용되면 환자 접근성은 훨씬 높아진다. 비만약 처방 규모가 훨씬 커질 게 분명하다.
비만약, 바늘 싫다면? 편하게 '알약'으로
코로나19(COVID-19) 백신으로 유명한 화이자도 비만약 개발에 나섰다. 바늘을 싫어하는 환자에게는 희소식이다. 주사제가 아닌 알약이기 때문이다.

화이자 약은 '다누글리프론'이다. 하루 2번 먹는 알약으로 개발 중이다. 무려 1400명 환자를 대상으로 2b상을 진행하는데 비만 치료제 임상 시험에서는 최대 규모다. 다누글리프론은 16주 차에 5.4%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기존 주사제와 비교해도 나쁘지 않기에 환자 편의성과 다이어트 효과라는 2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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