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이 안긴 카타르시스…'1947 보스톤'의 가슴 벅찬 울림② [N초점]

장아름 기자 2023. 9.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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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보스톤' 27일 개봉
영화 1947 보스톤 스틸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실존인물, 특히나 역사적으로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을 구현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물의 외면과의 싱크로율부터 공적을 이뤄내기까지의 일대기 등 배우들이 깊이 연구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은 상당히 고된 과정일 것으로 사료된다. 결국 긴 시간 그 인물를 체화해낸 노력의 결과물은 스크린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임시완은 지난 27일 개봉한 '1947 보스톤'에서 실존인물이자 마라토너 서윤복으로 분했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그가 연기한 서윤복은 가난 속에서도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마라톤 유망주다.

'1947 보스톤'이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서윤복 그 자체가 된 임시완의 열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임시완은 크랭크인 전 3개월, 촬영 기간 5개월 총 8개월간 마라토너의 외형을 유지했다. 식단 조절은 물론, 단수까지 하며 마라토너의 또렷하고 탄탄한 근육과 다부진 몸을 만들었고 이 같은 노력 덕에 관객들은 서윤복에 깊이 이입할 수 있었다.

임시완은 언론시사회 당시에도 누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더욱 진정성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실존 인물이 계시다는 것 자체가 그분께 누가 되면 안 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책임 의식을 갖고 이 작품을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에 임하는 동안에는 저 역시도 태극 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하는 각오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털어놨다.

이를 곁에서 지켜봤던 손기정 역의 하정우 역시 "시완이는 진짜 운동 선수 느낌이었다"며 "서윤복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준비한 시간들이 옆에서 다 지켜봤기 때문에 대회 장면 찍으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올라왔다,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완성본을 봤는데 너무 훌륭하게 임해줘서, 표현해줘서 서윤복 선생님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947 보스톤'의 백미는 단연 후반 클라이맥스이기도 한 서윤복의 레이스로 꼽힌다. 당시 손기정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기록은 일본에 귀속돼 있던 데다, 대한민국은 난민국으로 태극기가 아닌 성조기를 달고 뛰어야 하는 난관까지 마주했다. 이에 손기정(하정우 분)과 서윤복, 남승룡(배성우 분)이 우여곡절 끝에 태극마크를 달게 된 상황에서 레이스가 시작된다.

레이스에 선 서윤복은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선수였다. 마라토너로서의 대회 경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저 조국의 해방을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난민국의 선수였던 데다, 서양 선수들 사이 피지컬도 돋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군용기를 타고 보스턴까지 오는 여정도 쉽지 않았던 만큼, 체력 회복에도 불리한 핸디캡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됐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그 누구보다 빛났다. 임시완은 선수들 사이 한국인의 꺾이지 않는 근성이 담긴, 기죽지 않는 눈빛으로 서윤복의 강인한 정신과 내면을 표현했다. 난이도가 높은 코스에서 어릴 적부터 인왕산과 무악재 고개를 타고 다녔던 실력이 빛을 발하는 장면은 이미 경기의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더욱 긴장하며 응원하게 만든다. 이는 그 장면을 주도적으로 끌어간 임시완의 열연이 이끈 힘이다.

특히 임시완이 연기한 레이스는 일제 치하에서 귀중한 올림픽 금메달 기록을 일본에 귀속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인들의 설움, 슬픔과 맞물려 더욱 영화에 이입하게 만든다. 결승선 앞 막판 스퍼트 장면 또한 긴 여운을 남기는 장면으로 꼽힌다. 관객들의 감정을 점차 예열해가고, 결국에는 승리를 이뤄내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는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지점까지 도달한다.

서윤복은 임시완의 필모그래피에서도 남달랐던 노력의 결실을 맺은 캐릭터로 남을 전망이다. 최근 진행된 '1947 보스톤' 관련 인터뷰에서도 그는 "적어도 배우에게 이런 고생이라면 큰 영광"이라며 "배우로서 주어진 시간 속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한다"고도 고백했다. 자세와 마음가짐에서부터 진정성을 보여줬던 연기의 결실이 흥행으로 보답받을 수 있을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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