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자리 앉으려면 36만원?…KBS, 공영방송 본분 저버린 '한류 장사'[초점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KBS가 공영방송의 본분을 저버린 '한류 장사'로 K팝 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KBS는 12월 9일 일본 사이타마현 베루나돔에서 '2023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을 연다.
당초 KBS는 연말 주요 행사 중 하나인 '가요대축제'를 일본에서 개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연말 행사를 다름아닌 일본에서 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청자들의 공분이 쏟아졌다. 일부 시청자들은 KBS 시청자센터 게시판 내 시청자 청원 게시판을 통해 '가요대축제' 일본 개최 반대를 적극적으로 청원하기도 했다.
KBS는 논란이 커지자 "KBS는 '뮤직뱅크'와 '뮤직뱅크 월드투어'를 통해 K팝 한류 확산에 기여하고 새로운 한류 스타를 소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며 "지난 몇 년 간의 팬데믹으로 막혀 있던 K팝 해외 공연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나라 가수들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글로벌 팬들의 요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KBS는 이에 부응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도 멕시코, 일본 등 '뮤직뱅크 월드투어'를 지속적으로 계획 중"이라고 해외 개최는 해외 팬들의 요청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가요대축제'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뮤직뱅크 월드투어-글로벌 페스티벌(가제)'로 확대해 국내와 해외에서 함께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라며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파급력을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국내 팬들을 위한 더욱 풍성한 K팝 프로그램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BS는 '가요대축제' 대신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꿔 일본 개최를 밀어붙였다. 사실상 '가요대축제'가 점만 찍고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셈이다. '가요대축제'는 국내 개최 명분도 세우기 위해 일본 행사 일주일 후인 15일 국내 무대로 한일 동시 개최도 준비 중이다.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이라는 가면을 쓰긴 했지만 KBS가 굳이 일본에서 연말 행사를 개최하는 이유로 내세운 것은 '글로벌 팬들의 요청',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파급력을 세계의 알림'이다. 그러나 정작 돈벌이에 급급해 정작 이같은 목적을 잃은 횡포를 저지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베루나돔에서 열리는 KBS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 티켓 가격은 전석 2만 2000엔(한화 약 19만 9370원)으로 책정됐다. 인건비에 비해 다소 저렴하다는 일본 공연 티켓 가격과 비교했을 때 적게는 40%, 많게는 150% 비싼 금액이다.
내로라하는 K팝 가수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공영방송이 여는 공연치고는 지나치게 비싼 티켓 값이라는 일본 팬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여는 SBS '인기가요 라이브 인 도쿄'가 전석 1만 7000엔(한화 약 15만 4059원)이 양반이라는 농담 반 진담 반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KBS는 '업그레이드 티켓'이라며 무대와 가까운 좌석 예매에 1만 8000엔(한화 약 16만 3200원)의 추가 금액을 내걸었다. 한마디로 무대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좌석을 예매하기 위해서는 무려 4만 엔(한화 약 36만 2296원)을 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본 팬들에게 "KBS가 해도 너무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업계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횡포"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엔데믹 시기, K팝 신드롬을 틈탄 지나친 돈벌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K팝이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며 '가요 한류'에 불을 지피는 지금, 가수와 스태프들이 피땀눈물 흘려 어렵게 차린 밥상을 KBS가 숟가락을 얹는 것도 모자라 밥상 자체를 뒤엎고 부수기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에 "KBS가 공영방송으로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도 모자랄 판에 한류를 더 확산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한류를 망치고 있다"라고 했다.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을 예매했다는 한 일본 팬은 스포티비뉴스에 "좋아하는 가수가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티켓을 예매했지만, 이 정도 가격이면 차라리 한국에 직접 가서 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독 콘서트도 아닌데 한 두 곡의 무대를 보기 위해 이 정도의 금액을 내는 게 맞을까"라며 "한국의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업그레이드 티켓'이라는 상술을 부리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류의 확산을 위해서라지만 KBS는 말문 막히는 상술로 스스로 내세우고자 하는 명분마저도 저버렸다. K팝 산업을 이끄는 가수들과 이들을 사랑하는 팬들을 볼모로 내세운 행사에 미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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