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들섬의 미래는 이런 모습?…허드슨강 ‘리틀아일랜드’ 가보니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3. 9. 2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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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13]
오세훈 서울시장 뉴욕 출장 분석
서울에 적용될 주요 개발 사례는?
잠실MICE는 뉴욕 자비츠센터 참고
수서·용산 일대 ‘K-허드슨야드’ 될까

미국 뉴욕은 ‘도심 개발’에 적극적인 도시입니다. 낡고 오래된 도심을 새롭게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000~2010년대 들어 시작된 허드슨야드, 맨하튼웨스트, 원밴더빌트 등 대형 개발사업도 이미 마무리가 된 상태입니다. 우리보다 앞선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도시기후리더십그룹(C40) 회의가 끝난 후 뉴욕 곳곳의 도심 개발 현장을 살펴본 이유입니다. 특히 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5시간에 걸쳐 허드슨 강 일대를 돌며 수변 중심 개발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폈습니다. 서울시 개발계획의 벤치마크 대상이 될 주요 사례는 어떤 게 있었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리틀 아일랜드 벤치마킹, 변화 앞둔 노들섬
미국 뉴욕 허드슨강 위에 세워진 인공섬 ‘리틀 아일랜드’의 전경. [이희수 기자]
첫 번째로 둘러본 현장은 ‘리틀 아일랜드’입니다. 허드슨강 54번 선착장 인근에 도착하니 꽃봉오리 모양의 거대한 인공 섬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1만㎡ 규모로 설계한 건축물입니다. 총 사업비는 2640억 원이 들었습니다. 인공 섬이지만 인공적인 느낌은 적었습니다. 섬 안에 정원을 잘 가꿔 놓았기 때문입니다. 35종의 나무와 65종의 관목을 다양하게 심어놨습니다.

리틀 아일랜드 중앙에는 약 700석 규모의 원형 극장이 있습니다. 주말이면 이곳에서 크고 작은 공연이 열린다고 합니다. 평소엔 조망 명소로 꼽힙니다. 배치된 의자에 앉으니 탁 트인 허드슨 강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실제 평일임에도 가만히 앉아 강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늦은 오후면 석양으로 물든 강을 보려는 사람들로 극장이 아예 꽉 찬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무료로 공개된 장소란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리틀 아일랜드 바로 옆에 마련된 ‘마켓 57’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전경. [이희수 기자]
리틀 아일랜드는 주변의 변화도 몰고 왔습니다. 섬 바로 옆에는 원래 낡은 창고가 있었는데요. 리틀 아일랜드 방문객이 늘며 이곳은 특색 있는 시장으로 변신했습니다.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음식을 사서 삼삼오오 창문 근처나 옥상으로 향했습니다. 옥상에 가보니 리틀 아일랜드와 허드슨 강뿐만 아니라 세계무역센터를 필두로 한 고층 건물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도 리틀 아일랜드와 같은 공간이 만들어질 예정이라 기대가 됩니다. 노들섬이 바로 그 대상지입니다. 서울시는 올해 건축가 7명을 초청해 노들섬 디자인 공모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물결 모양의 정원부터 한강을 조망하는 반지 형태의 관람차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를 토대로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투자심사 등 각종 행정 절차를 밟을 계획입니다.

독일 출신 세계적 건축가인 위르겐 마이어가 구상한 미래 노들섬의 모습. [사진 출처=서울시]
리틀 아일랜드에서 조금만 걸으면 하이라인 공원이 나옵니다. 과거 버려진 상업용 철도를 리모델링해 만든 선형 공원입니다. 공원을 산책하면 양 옆으로 세워진 다양한 혁신 건축물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랜턴 모양의 창호를 가진 ‘랜턴 하우스’, 물이 흐르는 듯한 형태의 ‘520w28’ 아파트, 비틀린 형태로 올라간 고층 타워인 ‘원 하이라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잠실MICE의 롤모델인 ‘자비츠 컨벤션 센터’
독특한 모양의 건축물을 감상하며 걷다보니 ‘자비츠 컨벤션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뉴욕에서 가장 많은 전시와 국제행사가 열리는 도심형 전시·컨벤션(MICE) 센터입니다. 면적이 약 7만 8000㎡에 달하는 복층형 전시장이기도 합니다. 앨런 스틸 자비츠센터 대표는 “전시를 보기 위해 와서 호텔에 묵고, 식당을 찾고, 관광을 하곤 한다”며 “코로나19 이전에는 자비츠센터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2조 원이 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도 패션 전시회를 방문한 관람객들로 센터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습니다.
전시를 보러온 방문객들로 북적이던 자비스센터 내부. [이희수 기자]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21년 자비츠센터는 리모델링이 됐습니다. 리모델링은 전시 공간을 늘리는 것보다 친환경 공간을 구현하고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실제 옥상에 가보니 거대한 녹지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이곳을 통해 쏟아지는 빗물의 80%를 저장해 재사용한다고 합니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도 곳곳에 설치돼 있었습니다. 전체 센터 전력의 14% 가량은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력으로 감당합니다. 새들이 부딪혀 죽는 걸 막기 위해 전체 유리창을 교체한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주변 교통 체증을 막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이곳은 전시장을 찾는 차량과 전시물품을 배달하는 대형트럭이 얽히고설켜 교통정체가 심각했다고 합니다. 리모델링을 하며 25t 대형트럭의 하역대기 전용공간인 ‘트럭 마샬링(Truck Marshalling)’을 조성한 이유입니다. 단순히 공간만 만든 게 아닙니다. 마샬링에 IT기술을 접목시켰습니다. 어느 출입구가 붐비고, 어느 출입구가 여유로운지, 주변 교통 상황은 어떤지 실시간으로 파악해 트럭 상하차를 관리합니다.

잠실 MICE 센터 한강변 조감도. [사진 출처=서울시]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만큼 매력 공간을 조성하는 데도 신경 썼습니다. 지역 주민들도 즐길 수 있는 테라스 공간 등을 만든 겁니다. 서울시는 자비츠센터의 이 같은 공간 활용 노하우를 송파구 잠실 MICE 센터를 조성할 때 참고할 계획입니다. 잠실 MICE 센터는 자비츠센터보다 더 넓은 9만㎡로 조성됩니다. 마찬가지로 친환경·첨단기술을 적극 도입할 예정입니다. 마샬링 같은 전시물류차량 전용 대기공간도 만듭니다. 나아가 한강이란 서울만의 특화된 경관을 활용해 특색 있는 공간을 조성할 방침입니다. 내년까지 실시협약을 체결하는 게 목표입니다.
철도차량기지, 허드슨야드처럼 ‘입체 복합개발’
자비츠센터를 나와 마지막으로 둘러본 건 허드슨야드 일대입니다. 낡은 철도역 용지(약 11만㎡)를 탈바꿈한 허드슨야드는 뉴욕을 대표하는 도심 재개발 사업입니다. 2005년 시작된 이 사업에는 약 23조 원이 투입됐습니다. 지하에 기존 철도 기능을 그대로 두고 지상에 독특한 건축물과 공원, 광장을 조성했습니다. 기피시설이던 낡은 철도역을 입체적으로 복합 개발한 겁니다.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의 혁신 건축물 더셰드와 베슬의 전경 [사진 출처=연합뉴스]
허드슨야드 동측에 건립된 ‘더 셰드’와 ‘베슬’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시설인 더 셰드는 움직이는 철도 길을 콘셉트로 지어졌습니다. 외부 구조물이 철도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공간이 확장되고 수축되곤 합니다. 물론 자주는 아니고 연중 1~2회만 변형합니다. 현재 서울에선 제2세종문화회관에 이 같은 콘셉트를 적용하면 어떨지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더 셰드 바로 옆에 위치한 베슬은 창의적인 모양의 전망대입니다. 광택이 나는 구리빛 철제 피복으로 덮인 강철 구조물인데요. 154개 계단 층과 2500개 계단, 80개 층계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높이는 46m, 면적은 2210㎡로 설계됐습니다. 베슬을 지나쳐 서측으로 향하면 맨해튼웨스트가 나옵니다. 허드슨야드 철도부지와 펜스테이션 사이에 위치한 맨해튼웨스트는 상업과 주거, 관광, 업무시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돛단배 모양을 형상화한 동서울터미널 개발 조감도. [사진 출처=서울시]
서울시는 앞으로 낡은 철도차량기지와 버스터미널을 허드슨야드와 같이 입체적으로 복합개발할 계획입니다. 우선적으로 적용할 대상지로는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강남구 수서차량기지, 용산구 용산정비창이 꼽힙니다. 교통시설 위를 인공 데크로 덮고 그 위에 주거·상업·문화시설과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다만 벤치마킹을 하겠다고 밝힌 사업들이 대부분 대규모입니다. 취지는 좋지만 사업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언제쯤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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