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달 남극은 금싸라기 땅, 우주기지 최적지로 꼽혀
물과 전력 생산에 최적인 곳으로 확인
달에서 투자 가치가 가장 높은 땅은 남극의 분화구 사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인이 거주할 기지에 전기와 물, 자원을 공급하기에 최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칠레 아타카마대 천문행성과학연구원의 조반니 레오네(Giovanni Leone) 교수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달 남극에서 충돌구 두 개에 걸쳐있는 지역이 햇빛과 그늘의 비율이 전력과 물을 공급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햇빛과 그늘의 황금 비율 보여
레오네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그동안 달 탐사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남극에서 햇빛과 물을 확보하기에 최적인 장소를 추렸다. 연구진은 달 남극의 충돌구 5곳에 대해 얼음 분포, 가장자리의 경사도, 광량(光量)을 조사해 순위를 매겼다. 지구와 통신이 쉬운지도 조사했다. 연구진은 지난 8월 23일 달에 착륙한 인도의 찬드라얀(Chandrayaan) 3호의 탐사 결과도 참조했다.
분석 결과 남극의 핸슨(Hanson) 충돌구와 스베르드럽(Sverdrup) 충돌구에 걸쳐있는 약 5㎢ 지역이 우주기지를 짓기에 최적인 장소로 확인됐다. 그늘진 지역에는 얼음과 다른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전력 생산을 위해 늘 햇빛이 비치는 곳도 있고 지구와 통신하기에도 좋다고 분석됐다. 레오네 교수는 “우리는 달 기자에 최적인 장소를 찾았다”며 “손이 닿을 수 있는 물이 있는 그늘진 곳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전기에너지를 제공하는 햇빛이 쏟아지는 곳이 있어야 하는 절충안”이라고 말했다.
또 이곳은 다른 충돌구보다 표면이 평평해 기지를 짓고 이동하기에 쉽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른 충돌구는 가장자리가 산처럼 솟아 있어 접근하기 어렵다. 레오네 교수는 “스베르드럽-헨슨 충돌구는 안팎으로 접근하기 쉽기 때문에 활동 영역을 주변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인류가 반세기 만에 다시 달로 사람을 보낸다. 미국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래 중단된 유인(有人) 달 탐사를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으로 재개했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이름이다. 2025년 우주인 2명을 달 남극에 보내는 것이 목표다. 과거 아폴로 우주인들은 달에 며칠 머물다가 지구로 돌아왔지만, 앞으로 달로 가는 우주인들은 우주기지에서 장기간 거주할 계획이다.
사람이 달에 살려면 물과 전기가 있어야 한다. 나사가 아르테미스 우주인의 착륙지로 달 남극을 선택한 것은 물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달 남극에서 햇빛이 비치지 않는 영구음영(永久陰影) 지역에 다량의 물이 얼음 상태로 저장돼 있다고 본다. 물은 우주인을 위한 식수이자, 분해 산물인 산소와 수소는 우주인이 호흡하고 로켓 연료로 쓸 수 있다.
달 남극에는 운석이 충돌하면서 땅이 움푹 팬 충돌구들이 있다. 충돌구 가운데는 늘 햇빛이 잘 들어온다. 햇빛이 있으면 태양전지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 물과 전기를 다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동형 로봇으로 달 남극 탐사 잇따라 시도
물론 이번 연구로 우주기지 부지가 바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충돌구에 대해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영국 개방대의 시메온 바버(Simeon Barber)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량의 최신 정보를 분석했지만 대부분 원격 조종 장비에서 얻은 것이어서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다”며 “달 기지를 어디에 건설할지 결정하려면 더 많은 실측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인 찬드라얀 3호는 지난달 23일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착륙 직후에는 탐사 로버인 프라그얀(Pragyan)이 표면 100m를 탐사해 황과 금속의 흔적을 찾았다. 전 세계가 달의 자원을 활용해 화성과 심우주 탐사에 나설 계획인 만큼 해당 성과는 큰 주목을 받았지만 2주 만에 찬드라얀 3호와 프라그얀 모두 가동이 중단됐다. 햇빛이 비치지 않는 달의 밤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착륙선과 로버는 다시 해가 떠오른 뒤에도 깨어나지 못했다.
나사도 내년에 달 남극에 탐사 로버를 보낸다. 나사가 달에 보낼 로버 바이퍼(Viper)는 바퀴 4개인 골프 카트형으로, 길이 1.5m, 폭 1.5m, 높이 2.4m에 무게는 430㎏에 이른다. 태양 전지판으로 작동하고 배터리를 사용하면 컴컴한 어둠 속에서 최대 50시간 이동한다. 임무 주기는 지구 시간으로 약 100일이다. 로버에는 달의 영구음영 지대를 다니며 주변을 살펴볼 수 있도록 헤드라이트와 표면 아래를 탐사할 1m 길이 드릴이 달려있다.
지난해 8월 5일 발사된 한국의 달 궤도 무인 탐사선 다누리도 현재 달 남극을 집중탐사하고 있다. 나사는 지난 19일 다누리가 섀도캠(ShadowCam) 카메라로 달 남극의 섀클턴(Shackleton) 충돌구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섀클턴 분화구는 폭 21㎞, 깊이 4㎞ 규모로, 나사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쓰일 달 기지를 이곳 인근에 설치할 계획이다.
섀클턴 충돌구는 워낙 깊이가 깊어 내부에는 햇빛이 영구히 들지 않는 음영 지역이 있는데 이곳에는 얼음 형태의 물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햇빛이 들지 않는 만큼 어두워 현재까지 달 궤도선으로는 제대로 탐사하지 못했다. 나사가 개발한 섀도캠은 기존 달 탐사선에 실린 카메라보다 빛에 200배 이상 민감해 충돌구 내부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심우주 탐사 위한 전진기지로 추진
달 남극에 우주기지를 짓는 것은 단순히 달 탐사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달을 화성 같은 심우주(深宇宙) 탐사를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인류의 달 거주가 목표가 아니라 화성 같은 심우주 탐사를 위한 테스트베트(testbed·시험무대)의 성격이 강하다”며 “달은 대기가 없어 화성보다 조건이 나빠 심우주 탐사용 기술을 극한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은 심우주 탐사선을 발사하기에도 최적인 환경을 갖고 있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바로 가려면 우주선 크기가 현재 우주선의 2배 이상으로 커야 하고 연료 소비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구축하고 그곳에서 화성행 우주선을 제작해 발사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화성까지 도달할 수 있다. 지구에서 우주선을 발사하면 중력을 극복하느라 엄청난 연료를 소모해야 하지만 달 궤도에서는 그런 문제가 없다.
나사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위해 우주발사체(로켓)와 유인 우주선을 새로 개발했다. 아르테미스 1호의 발사체인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pace Launch System, SLS)은 높이가 98m로 자유의 여신상(93m)보다 크고, 무게는 2500t에 이른다. 로켓을 밀어 올리는 힘인 추력은 400만㎏으로 아폴로 시대의 새턴V 로켓보다 15% 세다. 나사는 2014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30억 달러(약 30조원)를 투입했다. SLS 로켓 상단에는 오리온(Orion) 유인 우주선이 실린다.
지난해 아르테미스 1호가 무인 우주선을 싣고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됐으며, 내년에는 아르테미스 2호에 우주인 4명이 탑승해 달 궤도를 선회 비행한다. 이어 2025년 아르테미스 3호로 여성과 유색인종 두 명의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착륙선은 일찌감치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X가 개발한 스타십(Starship)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지난 5월 나사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Zeff Bezos)의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Blue Origin)도 스페이스X에 이어 두 번째 달착륙선 개발업체로 지정하면서 달 착륙선도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블루 오리진은 2029년으로 예정된 아르테미스 5호에서 블루문(Blue Moon)에 우주인을 태우고 첫 시험 비행을 할 계획이다.
과거 달 탐사가 미국과 구소련의 체제 경쟁으로 진행됐지만, 새로운 달 탐사는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달을 두고 머스크와 베이조스의 경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참고 자료
iScience(2023), DOI: https://doi.org/10.1016/j.isci.2023.107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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