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송강호 "배우라면 모험과 도전을 해야 돼요"

손정빈 기자 2023. 9. 28.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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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미집'에서 영화감독 김열 역 맡아
"한 발짝이라도 전진한다는 게 내 책임감"
김지운 감독과 5번째 영화 25년 간 호흡해
"김 감독과 영화 여행 늘 나를 설레게 해"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최근 한국영화계를 향한 비판은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영화가 너무 뻔하다는 것이다. 대놓고 말하자면 영화 한 편을 보기에 위해서는 적지 않은 돈과 꽤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요즘 한국영화에 그만한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 여름 대작 한국영화 4편이 맞붙어 손해를 안 본 영화가 1편 뿐이었다는 건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때도 똑같은 말이 나왔다. '10년 전에 보던 것과 다르지 않은 영화가 나오는데 왜 극장에 가겠나.'

올해 추석에도 한국영화 기대작 3편이 출격했다. 그것도 모두 같은 날 공개됐다. 추석 연휴를 겨냥해 영화가 나오는 건 흔한 일이지만 이처럼 같은 날 모두 개봉하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한국 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인 송강호(56)가 돌아왔다. 김지운 감독과 7년만에 다시 만난 이 작품에서 그는 이른바 '걸작병'에 걸린 영화감독 '김열'을 연기했다. 영화 공개를 앞두고 만난 송강호는 한국영화 위기론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는 듯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선배 배우로서 후배들이 '송강호 선배가 저런 작품을 하네'라고 생각하길 바랍니다. 그렇게 보여지길 바라는 겁니다.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거죠. (흥행에서) 실패를 하더라도요. 그게 선배로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동료나 후배들이 저를 보고 저 선배는 끊임 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기 위해 애를 쓴다고 생각했으면 해요. 그게 제가 가진 책임감입니다."


송강호가 이런 말을 한 건 그만큼 '거미집'이 평범하지 않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에 관한 영화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적이 없는데다가 1960~70년대 한국의 전설적 감독들을 직접 소환한 작품도 없었다. 당시 영화 촬영 현장을 재구성한 영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런 설정들을 소동극 형태의 코미디로 엮어낸 시도 역시 남다르다. 관객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지만, '거미집'이 신선하다는 것만큼은 명백하다. 송강호는 "나 역시도 늘 봐왔던 형식과 내용에 식상함을 느껴왔다"며 "이번 작품은 형식과 내용이 모두 새로웠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제가 아니었어도 이 영화는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처럼 많이 알려진 배우가 하는 것과 인지도가 많지 않은 배우가 하는 건 다를 수 있다고 봐요. 아무래도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질 수 있으니까요. 관객은 한국영화가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걸 보고 싶어 할 거라고 봐요. 그러려면 배우 역시도 도전을 해야죠. 배우가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진취적이고 모험적이어야죠."

'거미집'은 경쟁작인 '1947 보스톤'이나 '천박사 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과 비교할 때 낯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생경한 영화이기 때문에 이번 추석 연휴 때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가장 큰 작품으로 꼽히기도 하다. 흥행에 관한 이야기 나오자 송강호는 '조용한 가족'(1998)을 언급했다. 이 작품은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이고 송강호가 주연한 호러코미디다. "당시에 그런 영화가 나온다고 하자 다들 절대 안 된다, 망한다고 했어요. 그랬던 영화가 서울에서 34만명이 본 겁니다. 당시엔 서울에서 30만명 넘게 보면 대박이라고 했거든요. '거미집'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선입견만 조금 걷어내면 이런 새로운 영화를 만나는 반가움이 더 클 겁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송강호는 김 감독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췄다. '조용한 가족'을 시작으로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에 이어 5번째 영화다. 25년을 함께하며 김 감독은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연출가로, 송강호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배우가 됐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영화 동지'라고 부른다. 송강호는 김 감독과 이렇게 오랜 세월 함께 호흡을 맞춰온 이유에 대해 "김지운 감독님은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영화를 만나는 건 새로운 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잖아요. 저도 그렇습니다. 김 감독님과 함께하는 여행은 정말 설렙니다. 이번엔 기차를 타나, 비행기를 타나.(웃음) 두렵기도 합니다. 장르를 어떻게 변주해서 어떤 영화를 만들까. 그 두려움은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이겠죠. 김 감독님은 이렇게 늘 새로운 걸 내놓으려고 하니까 저 역시도 늘 설레는 마음으로 오랜 시간 함께해온 것 같아요."

송강호가 연기한 김열은 자신감과 자괴감을 함께 갖고 있는 인물이다. 몇 장면만 다시 찍으면 위대한 걸작이 나올 거라고 확신하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이 너무 초라해보여 자꾸만 움츠려드는 평범한 사람이기도 하다. 송강호는 자신도 그런 감정을 수도 없이 오가며 연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때는 '나 연기를 왜 이렇게 잘하지' 할 때가 있죠.(웃음) 그러다가도 제 재능에 확신이 안 들고 열등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어요. 저도 김열하고 똑같아요. 어떻게 극복하냐고요? 글쎄요, 외부에서 오는 어떤 영향으로 그런 마음을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극복이 아니라 스스로 변해야 하는 거겠죠."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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