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소주 최고예요"…K-푸드에 푹 빠진 영국인들
CJ제일제당, 장류 등 영국 B2B 매출 연평균 123% 성장…소매 채널도 매년 65%↑
하이트진로 소주, 올해 수출량 전년보다 80% 증가할 듯 "에이슬 인기"
타 문화 수용도 높은 영국, K-컬쳐 붐 타고 한국 음식 인기 급증
영국 유학생 박모(32)씨는 최근 몇 년 사이 영국에서 달라진 K-푸드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현지인들이 한국 마트까지 찾아와 김치와 같은 한국 식품을 구매하는 일을 쉽게 목격할 수 있고, 한국식 바베큐는 물론 소주까지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3년 전보다 한식당이 엄청나게 늘었고, 한국 마트에 외국인이 늘 붐벼 얼마 전에는 순두부가 품절되기도 했다"며 "삼겹살, 떡볶이, 김치전 같은 음식은 다들 좋아하고, 소주도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K-푸드의 위상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영국으로의 한국 식품 수출액은 지난 2020년 7541만 4천달러에서 지난해 8551만 6천달러로 13.4% 성장했다. 올해 8월까지 이미 5426만 6천달러가 수출돼 올해 또다시 기록 경신이 예상된다.
국내 식품업체들의 영국 시장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대상은 영국 런던에 종가(JONGGA) 팝업스토어를 열고, 김치 알리기에 나섰는데, 현지 반응은 뜨겁다. 한 방문객은 "강한 향과 강한 맛이 느껴지지만 흥미로운 음식"이라며 "다시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라고 말했다.
종가의 전체 김치 수출 중 유럽이 차지하는 비율은 56%에 달하는데, 지난 2020년부터 매년 약 20~30% 가량 수출액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유럽 전체에서 영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3분의 1이 될 정도로 영국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은 일본, 미국, 홍콩, 네덜란드와 함께 국내 김치 수출 주요 5개국 중 한 곳이다.
대상 관계자는 "영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수용하는 폭이 넓은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고, 유통 채널에서 반응도 상당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도 김을 활용한 '비비고 김스낵'을 영국 대형 유통채널인 아스다와 오카도에 입점시켰다. 지난해 10월 영국 현지 출시 이후 코리안 바비큐, 핫칠리 등 현지인이 선호하는 맛의 제품을 선보이며 SNS를 중심으로 호평이 이어졌는데, 영국 전역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만두·전통 장류·양념장 등 레스토랑에 주로 납품되는 B2B 상품들은 2020년부터 연평균 123% 급성장 중이다. 퀵서비스 레스토랑 체인 잇슈(Itsu)에서는 쌈장을 활용한 요리를 만나볼 수 있고, 런던의 고급식당인 '더 아이비 아시아'에서는 비비고 만두를 활용한 한식 메뉴가 출시되기도 했다.
코스트코 등 현지 대형마트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가공식품들의 매출도 연평균 65%의 신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영국 시장을 유럽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고 현지 공략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유럽은 국가별로 식문화와 유통 환경이 달라 공략이 쉽지 않은 곳이지만, 영국은 소득수준과 타 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레디밀(별도의 조리 없이 데워 먹는 식품) 시장이 잘 발달돼 있어 중요한 국가"라고 언급했다.
한국의 대표 주류 소주도 영국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영국 소주 수출량은 최근 4년간 연평균 약 42%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수출량은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국 현지 거래선 출고 자료 기준 지난해 현지인 판매 비율이 77%를 기록하는 등 과거 교민 위주의 소비에서 현지인 중심 음용으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영국에서는 일반 소주보다 '에이슬' 시리즈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전체 판매량의 약 80%를 에이슬 시리즈가 차지하고 있으며, 청포도에이슬·자두에이슬·복숭아에이슬 등이 선호되고 있다.
지난달 하이트진로는 영국의 음악 축제인 '올 포인트 이스트 페스티벌'을 공식 후원하고 '진로(JINRO)' 부스를 설치했는데, 부스 방문객이 약 1만 5천명에 달했다고 한다. 한 방문객은 소주가 영국에서 인기 있는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는 지를 묻는 질문에 "과일향이 첨가됐음에도 자연스럽고부담스럽지 않은 맛"이라고 답했다. 또다른 방문자도 "한국식 바비큐를 즐긴다면 소주가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영국시장은 차와 음료 문화가 발달하고, 유럽문화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영국 소비자들에게 소주가 훌륭한 술로 인정받고, 판매가 성장해야 유럽 시장 내 한국 소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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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techan9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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