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5년’ 국금센터 창립 멤버 “국가적 비용 줄여왔단 자부심으로 일합니다”
매년 보고서 1800여건 생산… 1인당 51건꼴
해외 이벤트, 비상 회의마다 ‘첫 발제자’ 등판
‘리먼’ 대응 땐 채권부장 뇌출혈로 쓰러지기도
9월 円표시 외평채 첫 발행, 정부에 가격 자문
세계 증시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9·11 테러는 우리 시각으로 2001년 9월 11일 밤 10시에 발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시작이었던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소식은 2008년 9월 15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전해졌다. 금융 위기는 우리가 자고 쉬는 동안에도 찾아온다. 그래서 시장에 한시라도 눈을 떼지 않는 존재가 필요하다. ‘국제금융센터’가 그런 일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재발을 막겠다며 1999년 만들어진 국금센터의 존재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국금센터는 크고 작은 금융 위기의 조짐들을 감지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우리나라 경제 당국자들에게 ‘경보음’을 울리는 역할을 해왔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어디서, 어떻게 위기가 돌출될지 모르는 오늘날 이들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조선비즈는 지난 21일 국금센터에 단 한명 남은 ‘창립 멤버’ 김용준 국제금융시장분석실장과 그보다 입사가 1년 늦었지만 국금센터의 역사를 함께 한 안남기 종합분석실장을 만났다. 그들은 근무해 온 지난 25년을 돌아보며 “국가에 위기가 닥치면 여기에는 비용들이 반드시 수반된다”며 “우리가 열심히 일하면서 그런 비용들을 많이 줄여왔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김용준·안남기 실장과의 일문일답.
―과거 위기에 대응했던 국금센터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20여년 전 9·11 사태 때가 생생하다. 밤 9시 40~50분쯤 CNN에서 WTC(World Trade Center) 첫 번째 타워에 비행기가 부딪히면서 연기 나는 장면이 중계됐다. 그냥 사고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10분 뒤 두 번째 타워가 부딪혔다. 테러였다. 모든 직원이 밤 11시 회사에 집합했다.
테러 상황과 각국 대책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밤샘 대응했다. 새벽 4시 청와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등 주요 정부 당국 관계자들이 우리 센터 회의실에 모였다. 우리가 쓴 보고서를 바탕으로 대책을 논의했다.”
―리먼 사태 때도 긴박했을 것 같다.
“당시 파산 소식이 전해진 게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지방에 있는 사람을 제외한 전 직원이 바로 출근했고, 수 시간 만에 보고서를 작성해 당국에 보고하고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리먼 사태는 2008년 9월 15일 발생했지만, 그 후에도 3개월 정도는 데일리로 대응했던 기억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고, 그 와중이었던 2009년 3월, 격무에 시달리던 채권시장 부장이 당시 뇌출혈로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동료로서 너무 안타깝다.”
―최근에도 비상 대응 체제로 근무했던 일이 있나.
“사실 우리 센터는 매일 매일 비상시기처럼 경계감을 갖고 근무한다. 이번 추석을 포함한 긴 연휴에도 센터 직원들이 교대로 당직 근무를 선다. 매일 아침 간밤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주요 뉴스와 해외 시각 등을 수집해 보고서(속보)를 업로드하고 있다. 창립 이래 단 하루도 펑크난 적 없다.
레고랜드 사태가 벌어진 작년 가을부터 지금까지도 매일 아침 기재부와 컨퍼런스콜(전화 회의) 하고 있다. 올해 8월엔 중국 부동산 불안이 불거지면서 모니터링 단계를 상향해, 매일 중국 관련 동향 보고서도 작성하고 있다. 이달엔 정부가 처음으로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700억엔어치를 발행했는데, 여기에 가격(금리)과 관련한 자문 역할을 했다.”
―만들어지는 보고서는 누구에게 보고되고 또 어떻게 활용되는 것인가.
“아침 속보는 매일 아침 약 2만3000명에게 송부되며 홈페이지에도 공개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공개·비공개 보고서가 1년에 자그마치 1800건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리서치 자료를 생산하는 기관 중 하나다. 리서치 담당 직원이 35명인데, 직원 1인당 한해 51건을 생산하는 꼴이다. 우리만큼 짧은 시간 안에 보고서로 완결해 내는 곳이 없다.
비공개 보고서의 경우 주요 정책당국에 보고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재빠른 상황 인식과 정책 대응에 도움을 주고 있다. 리먼 사태, 브렉시트, 일본 대지진,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등 굵직한 해외 이벤트가 발생할 때 긴급 개최되는 정부 관계 회의에서 항상 우리 센터의 보고서가 첫 발제 자료로 활용된다.”

―경보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원리가 궁금하다.
“IMF 사태와 같은 대외 부문 위기와 금융시장 불안을 사전 감지해 경보를 발령하기 위해, 다양한 모형을 운용 중이다. 다수 국내외 실물 및 금융시장 지표들로 구성돼, 이들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움직이는 이상징후를 보이면 이를 정량화해 위험도로 나타내고 있다.
내부적으로 3중 경보 시스템(월별·일별·실시간 경보, EWS·LWS·RWS)을 가동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과거 위기나 불안이 있었을 때 움직였던 경제·금융 지표를 학습시킨 것이다.”
실제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 21일 새벽 3시 반에도 돌연 안 실장의 휴대폰이 울렸다. 52명 임직원이 모인 전체 카카오톡 채팅창에 ‘미 국채금리 2년물 40bp 급등’이란 짧은 메시지가 올라왔다. 150개 정도의 지표·기준을 토대로 자동 전송되는 시스템이다.
―경보를 받는 주체는 누구인가. 가령 일반인에게도 재난 문자처럼 전달되는 시스템은 아니지 않은가.
“사실 이게 일반 국민에게 알리는 용도는 아니다. 대통령실을 포함한 당국에 경보를 발령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국민에게 이런 시그널을 울리고 정책으로 선조치 대응하는 것이 당국이다. 그러니 그런 당국자들에게 우리는 재빠르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금센터의 기능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도 있나.
“국금센터는 일본국제금융정보센터(JCIF)란 일본 모델의 구조나 역할을 참고했다. JCIF는 해외에 진출한 자국 민간 회사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현지 시장 자문, 즉 수출입은행과 비슷한 역할도 한다. 우리도 그런 역할을 추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분석 기관으로서 본연의 기능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이용재 원장(행시 35회·기재부 관료 출신) 취임 이후 해외 주요 기관과의 교류와 협력 기회를 넓히고 있다. 싱가포르 AMRO(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가 꾸리는 아시아 지역 싱크탱크 네트워크, 일본 JCIF, 중국 국무원 계열 중국국가정보센터 등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별로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슈를 꼽자면.
“미국은 경기 연착륙과 경기 침체에 관한 현안이 있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사태의 향방과 지방 정부 불안, 위안화 향방에 대한 정부의 대응 강도 그리고 중장기적으론 ‘피크 차이나’(Peak China·중국 경제가 정점을 지났는지) 논란이 가장 관심이다. 일본은 최근 경제의 견조 지속 가능성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변경 그리고 엔화 향방이 주요 이슈다.”
―지금은 위기인가.
“위기라기보다는 ‘정상화’로 가기 위한 힘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엄청난 자금을 쏟으면서 대응을 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던 거다. 다시 정상적인 길로 돌아오면서, 계속 덜그럭거리는 부분들이 많아졌다. 자금이 부족해 사고가 나는 기업들, 가계부채 문제, 각국 부동산 시장의 불안 등도 모두 그런 것이다. 정상화의 과정이 어떻게 될지 사실은 우리도 알 수가 없다. 그러니 더욱 긴장감을 가지고 일하는 시기일 수밖에 없다.”
―김 실장은 말 그대로 ‘창립 멤버’, 안 실장은 준 창립 멤버다. 국금센터 설립부터 지금까지 약 25년간 일하면서 ‘우리가 제 역할을 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나.
“남아있는 다른 창립 멤버가 없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웃음) 국가가 위기를 맞게 되면 그에 따른 코스트가 반드시 수반된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가 좀 더 열심히 일하면서 그런 국가적인 기회비용을 줄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국금센터는 어떤 곳이라고 정의할 수 있나.
“우리 회사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뻔한 표현일지 모르나 ‘탄광 속 카나리아’란 말보다 적합한 건 없는 것 같다. 평상시엔 최근 국제 금융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업데이트해,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다가 위기가 닥치면 이상징후를 알리는 본연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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