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이재명 불구속과 추석 민심
추석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명절은 대규모 인구 이동에 따라 민심이 뒤섞이는 용광로다. 가족이 모인 밥상머리에서 먹고 사는 문제는 물론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에 대한 평가도 술안주로 오른다.
특히 올해 추석 밥상머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 사태로 더욱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무기한 단식부터 입원, 체포동의안 가결, 법원의 영장 기각까지 며칠 새 숨 가쁜 드라마가 펼쳐졌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 ‘이재명’을 입에 달고 있다.
과거에는 추석을 계기로 정치 여론이 확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탄핵 정국 전인 2017년까지는 추석 명절이 지난 후 12월 대선이 치러졌다. 가장 인기 있던 대선 후보가 추석을 계기로 추락하는 경우도 잦았다.
실제 지난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추석 전까지는 이회창 신한국당(현 국민의힘) 후보가 가장 앞섰다. 그러나 같은 당에서 경쟁하던 이인제 후보가 국민신당을 창당해 탈당하면서 판세가 달라졌다. 이어 사실 여부를 떠나 이 후보의 두 아들과 관련된 의혹이 연휴 기간 확대됐다. 결국 중도층의 표심이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기울면서 대세는 판가름 났다.
판세가 완전히 역전될 정도는 아니더라도 올해 추석 역시 내년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될 것이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시선은 지극히 좋지 않다. 행정 권력(대통령)과 입법 권력(거대 야당)이 분리된 상황에서 민주당은 윤 정부 국정과제에 사사건건 반대했다. 윤 대통령도 이에 지지 않고 맞섰다.
국민은 싸움만 봐왔다. 가족이 모인 추석 밥상머리에선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거셀 것은 분명하다. 주목할 부분은 총선을 앞두고 민심에 변화를 줄 세 가지 변수다.
첫 번째는 법원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 영장 기각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법원이 개딸(이재명 강성 지지층)에 굴복했다’는 취지로 논평했다. 그러면서도 역풍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민주당도 친명(친이재명)과 반명(반이재명)계의 내홍이 극심해지며 민심에서 멀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를 심판하느냐 거대 야당을 심판하느냐의 대결인 셈인데 국민의 마음을 얻을 메시지가 중요하다. 계속 서로를 비난하는 데 그친다면 아무도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다.
두 번째는 경제다. 물가와 수출 등 최근 상황은 썩 좋지 않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석에서 “연말까지 기저효과에 따른 수출 회복은 가능하지만, 실제 반등은 내년 상반기가 지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 좋아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최근 안보 중심 외교에 집중했던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민생 경제 회복 모멘텀으로 삼고 거의 매일 현장을 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로 보여주지 못하면 건강만 축날 뿐이다. 야당 역시 정부 정책에 반대만 하며 발목을 잡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양측 모두 경제를 살릴 비전과 실제 노력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체성 문제가 있다. 여야 모두 아직까지는 내부 혁신을 통한 중도층 유인보다는 진영 논리를 강화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강성 발언이 나오면 보수층은 환영하지만, 중도층의 마음은 멀어진다. 물론 민주당도 별다르지 않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뜩이나 분열된 정치판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깊다. 양당 모두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
지난해 5월 새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과 여당, 야당 모두 민심에 부응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다. 서로 상대의 잘못 덕에 지지를 유지하는 구도가 굳어졌다. 한가위 후에는 더 이상 이런 모습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상대의 단점으로 표를 얻지 말고 나의 장점으로 표를 얻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말로만 민생이 아닌 진짜 민생을 챙기는 통 큰 정치를 기대한다.
[김문관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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