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웃은 다를 줄 알았는데..‘30대+장기계약=실패’ 공식 못 벗어나나[슬로우볼]

안형준 2023. 9.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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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트라웃 만큼은 다를 줄 알았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아닌 듯하다.

LA 에인절스는 2023시즌에도 큰 좌절을 맛봤다.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됐고 시즌 막바지를 '재정비'로 보내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기대와 각오가 남달랐지만 결과는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오타니 쇼헤이의 서비스타임 마지막 시즌이었던 올해 에인절스는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FA 시장에서 '시장 최대어'들을 쓸어담은 것은 아니지만 바쁜 겨울을 보내며 전력을 보강했다. 그렇게 오타니와 함께 포스트시즌에 오르고 오타니를 내년에도 잔류시키겠다는 목표를 삼고 시즌을 시작했다.

그 꿈은 초여름까지는 그래도 현실성이 있어보였다. 6월 말까지 에인절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3위를 오가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순항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7월 초부터 분위기가 달라졌고 전반기 종료를 앞두고 승률 5할이 무너졌다. 7월 말 잠시 힘을 내 5할 승률을 회복했지만 8월 다시 무너졌고 결국 8월 말 시즌 포기를 선언하며 주축 선수들을 대거 웨이버 공시하기에 이르렀다.

에인절스의 분위기가 꺾인 7월 초에는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마이크 트라웃의 부상이다. 시즌 내내 팀의 중심으로 활약하던 트라웃은 7월 4일, 손 부상으로 이탈했다. 트라웃 부상 후 에인절스는 순위 싸움의 동력을 거의 잃고 내려앉았다. 트라웃은 8월 말 잠시 복귀해 한 경기에 출전했지만 다시 부상을 당했고 최근 시즌 아웃까지 확정됐다. 사실상 전반기 막바지부터 팀에서 이탈한 트라웃은 올시즌 절반인 82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에인절스의 가장 큰 강점은 트라웃과 오타니 두 슈퍼스타를 모두 보유했다는 것. 하지만 트라웃이 이탈하며 모든 짐이 오타니 한 명에게 가중됐고 결국 팀이 무너졌다.

문제는 트라웃의 이런 모습이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트라웃은 벌써 3년 연속 부상에 시달리며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트라웃이 부상에 허덕인 3년은 오타니가 완벽한 투타 겸업으로 야구의 새 역사를 쓴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에인절스는 두 슈퍼스타를 보유했음에도 한 번도 두 스타를 온전히 함께 기용하지 못했다.

트라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선수였다. 2011년 빅리그에 데뷔해 2012년 루키 시즌을 치르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한 트라웃은 2012-2019시즌 8년 동안 1,159경기에 출전해 .308/.422/.587 280홈런 736타점 196도루를 기록했다. 8년 동안 트라웃이 기록한 f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무려 70.6. 해당 기간 2위인 버스터 포지(은퇴, 47.0)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해당기간 트라웃은 신인왕 수상을 포함해 MVP 3회 수상에 성공했고 MVP 2위도 4번이나 기록했다. 단 10년만 뛰어도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성적을 쌓은 트라웃이었다. 에인절스는 어쩌면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될 수도 있는 트라웃에게 2019시즌에 앞서 12년 4억2,650만 달러의 역대 최대 규모의 연장 계약을 안겼다. 연장계약 첫 해 통산 3번째 MVP를 차지한 트라웃은 역시나 최고의 선수로 계속 커리어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단축시즌 풀타임 데뷔 후 가장 저조한 MVP 투표 5위에 그친 트라웃은 2021년부터는 2021시즌부터 건강을 잃으며 MVP와 멀어졌다. 2021시즌에는 단 36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고 지난해에는 119경기에 나서 40홈런을 쏘아올리며 MVP 투표 8위에 올랐지만 규정타석 소화에 실패했다. 그리고 올해는 시즌을 절반밖에 치르지 못했다.

문제는 트라웃이 2017년부터 크고작은 부상에 꾸준히 시달리고 있고 이제는 30대에도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30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신체 능력의 저하가 시작됐다는 것. 2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부상을 겪어온 트라웃이 앞으로 더욱 건강을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에이징 커브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는 30대 선수들과의 장기계약을 반기지 않는 추세다. 신체적으로 전성기인 20대와 같은 퍼포먼스를 30대에도 꾸준히 보이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이미 알고있기 때문. 에인절스는 이미 한 차례 역사적인 20대를 보낸 선수와 맺은 장기 계약에서 뼈아픈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바로 알버트 푸홀스다.

푸홀스의 사례에도 불구하고 트라웃에게 역대 최고액 계약을 안긴 것은 트라웃이 팀을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점도 있지만 '트라웃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2년 계약 중 5년을 보낸 현재 트라웃의 모습은 푸홀스와는 또 다른 아픔이 되고 있다. 푸홀스는 건강은 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고 트라웃은 성적은 좋지만 좀처럼 건강하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에인절스가 트라웃의 트레이드를 고려한다는 루머가 등장하기도 했다. 전 구단 상대 트레이드 거부권을 가진 트라웃이 팀을 떠날 마음이 없음을 내비치며 루머는 그저 루머에 그치는 모양새지만 에인절스가 실제로 트라웃을 시장에 내놓더라도 2030년까지 매년 3,7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유리몸에 가까운' 선수에게 구단들이 어느 정도의 시장가치를 매겼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오타니는 시즌 종료 후 에인절스를 떠날 가능성이 높지만 트라웃은 남는다. 만약 트라웃이 '내구성'을 끝내 되찾지 못한다면 에인절스는 '푸홀스에게서 벗어났더니 트라웃이 찾아온' 그야말로 울고 싶은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과연 트라웃이 내년에는 건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마이크 트라웃)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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