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구 이사장 “北 사실상 核 보유국, 핵 균형 확립 불가피”
자체 핵보유, 잠재 핵능력구비 등 방안 제시
“美 첨단기술과 韓 산업역량, 가장 효과적인 파트너십 구축”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부 장관)은 27일(현지 시각) “많은 한국민이 미국 정부가 바뀌는 데 따라 자주 변하는 미국의 핵 억지력 보장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북러간의 협력을 고려할 때 한국의 핵 보유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미국 워싱턴 DC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을 받아 지난 8월부터 현지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미국 정치, 경제 현안과 정세 등을 파악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이날 미 워싱턴DC 한미경제연구소(KEI)가 ‘미·중 경쟁속 지속가능한 한미관계’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한국은 안보 딜레마에 대응하는 전략을 실행해야 하고 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핵균형을 확립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정 이사장은 “북한이 현재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고 미국의 핵 우산만으로는 북핵 위협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우려한다”며 “미국의 정권 변화에 따라 핵억제 보장 능력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자체 핵무기 프로그램이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이에 맺은 것과 유사한 핵공유 프로그램, 일본과 독일의 잠재 핵능력 구비 모델인 ‘무기화되지 않은 핵무기 체계’ 등 신뢰할 만한 핵억제 능력 보유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현재 한미간의 핵협의그룹(NCG)이 출범해 핵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양국 논의과정에서 새로운 안보 상황 전개를 충분히 반영해 물 샐 틈 없는, 더 업그레이드된 억제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에 대해 “향후 70년간 한미는 더욱 긴밀한 상호보완적 관계로 발전하면서 한 배를 타고 공동의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우리는 동등한 동반자로서 손을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전체주의와 공산주의 도전으로부터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지키는 데 있어서 가장 심각한 것은 중국의 시진핑 체제와 북핵 위협”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한 미국의 국가안보 맥락에서 한국은 최전선에 서 있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선진화된 군사기지를 중국의 코 앞인 평택에 두고 있다”고 했다.
또 한·미 협력관계가 안보이슈를 넘어 과학기술과 산업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며 “미국의 글로벌 전략 측면에서 한국 국익은 미국 국익과도 직결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제조업의 부흥을 최우선 경제정책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첨단기술 역량과 한국의 산업 제조 역량은 가장 생산적이고 효과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정 이사장은 강경한 사회주의로 돌아선 데다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든 중국과의 관계 설정도 한국의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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