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월북미군 조건 없이 中으로 추방…美 "北에 매우 감사"(종합2보)
美당국자 "北과 외교에 여전히 열려 있다" 재확인
(워싱턴·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김현 특파원 = 지난 7월 무단으로 월북한 미군 병사가 27일(미 동부시간) 북한에서 중국으로 추방된 후 미국 당국에 의해 신병이 확보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 행정부 당국자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오늘 아침 공유할 좋은 소식이 있다"면서 "트래비스 킹 이병이 미국의 보호(custody) 하에 있다는 것을 즉각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달 초 북한이 킹 이병을 석방하길 원한다는 사실을 스웨덴 정부를 통해 알게 된 후 주중미국대사관 등을 통해 집중적인 외교적 노력을 펼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킹 이병 석방을 위해 유엔과 유엔군사령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을 통해 북한과 접촉했으며, 특히 북한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스웨덴이 미국의 이익대표국을 맡아 주요 중재자(primary interlocutor) 역할을 담당했다.
이익대표국은 정식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의 거류민을 보호할 임무를 위탁받은 제3국을 뜻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스웨덴 정부 팀은 킹 이병의 석방을 위해 북한으로 들어갔으며, 킹 이병은 북중 국경을 통해 석방돼 미군 기지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고위당국자는 "현재 그를 본국으로 이송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킹 이병의 석방 과정은 부처와 기관을 넘어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최고위층에 면밀하게 보고가 이뤄졌다고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다만 중국은 킹 이병이 국경을 넘어 중국에 입국하는 데 협조했지만, 중재 역할에 직접 나서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당국자는 중국은 킹 이병의 이송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줬고 "매우 건설적인 역할"을 했지만 "어떤 수단으로도 중재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미국이 킹 이병의 석방을 위해 북한에 양보한 게 있느냐'는 물음에 "답은 간단하다. 하나도 없다. 끝(Full stop)"이라고 답변했다.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킹 이병 석방을 계기로 미국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외교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매우 열려 있다"며 "오늘 이 좋은 소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관계가 경색된 상태에서도 소통 라인을 열어두는 게 매우 중요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서 "우리는 가능한 모든 추가적인 외교에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햇다.
다른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킹 이병을 석방해 "매우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위당국자는 킹 이병이 군법회의에 회부될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는 향후 수주 또는 필요한 만큼 킹 이병이 안정적인 기반을 갖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며 "그리고 재통합 과정을 거친 후에 따를 수 있는 모든 행정적 조치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킹 이병은 미 동부시간으로 지난 7월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중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갔다.
킹 이병은 현재 북한에서 추방된 후 중국 내 미국 구금 시설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조건없는' 킹 이병 추방은 킹 이병이 북한으로 넘어간 지 71일 만에 이뤄졌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해당 기관에서 '영내 불법 침입'한 킹 이병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며 "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통신은 "공화국 해당 기관에서 조사한 데 의하면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대한 환멸로부터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했다고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킹 이병은 주한미군에서 복무하던 중 폭행 혐의 등으로 40여일간 구금 처분을 받은 뒤 지난 7월 17일 추가 징계절차를 밟기 위해 미 본토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킹 이병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은 채 몰래 출국장을 빠져나와 이튿날 판문점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견학 도중 판문점 내 유엔군사령부 군정위원회 회의실 건물 사이의 분계선을 넘어 무단으로 북한으로 넘어갔다.
킹 이병의 무단 월북 직후부터 미국 정부는 킹 이병의 안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북한과 접촉에 나섰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보도, 킹 이병이 학대와 인종차별에 반감을 품어 월북 결심을 했으며, 망명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의 이번 추방 결정으로 킹 이병의 망명 의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국제적인 여론을 의식했거나 킹 이병의 정치적 활용 가치가 낮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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