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3위가 목표인 대회

강필희 기자 입력 2023. 9.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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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의 국가별 순위 결정방식에는 통일된 기준이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처음에 금 은 동메달에 각각 5, 3, 1점을 부여한 뒤 총점을 합산해 발표했다.

이후 2014년 인천 대회까지 8번의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번(1994년 히로시마)을 제외하곤 줄곧 한국이 2위, 일본은 3위였다.

올림픽은 10위권 내, 아시안게임은 2위였던 관례에 비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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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의 국가별 순위 결정방식에는 통일된 기준이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처음에 금 은 동메달에 각각 5, 3, 1점을 부여한 뒤 총점을 합산해 발표했다. 그러나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일자 1924년 파리올림픽 이후 폐지했다. 현재 언급되는 순위는 각국이 자기 방식대로 집계한 결과다. 우리는 무조건 금메달 획득 순이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전체 메달 수를 센다. 얼핏 이런 나라는 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 때 미국이 중국에 밀릴 뻔하다가 극적으로 금메달을 추가해 1위를 지켜내자 축제 분위기였다고 전해진다.


아시아권에선 한국과 일본이 라이벌이다. 수십년간 일본이 압도하던 스포츠 세계에서 반전이 일어난 건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때부터다. 한때 이란 필리핀에도 밀리던 한국이 명실상부 2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후 2014년 인천 대회까지 8번의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번(1994년 히로시마)을 제외하곤 줄곧 한국이 2위, 일본은 3위였다. 올림픽도 비슷한 패턴이다. 기류가 다시 바뀌기 시작한 건 2016년이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한국이 8위에 머무는 사이 일본은 6위로 치고 올라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선 한국이 20년 가까이 지킨 2위 자리를 일본에 내줬다. 일본이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은 15위로 멀찌감치 밀려났다.

지난 23일부터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제19회 아시안게임이 28일로 6일차에 접어들었다. 27일 현재 한국은 중국에 이어 종합 2위에 랭크돼 있다. 남자 수영 50m 자유형에서 21년 만에 금메달이 나왔고, 근대5종 펜싱 사격 태권도 유도에서 낭보가 이어진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대회에 역대 최대 선수단을 파견하면서도 명시적으로 내건 목표는 종합순위 3위다. 올림픽은 10위권 내, 아시안게임은 2위였던 관례에 비춰 이례적이다. 중국은 넘사벽이라 쳐도 일본과 실력차마저 쿨하게(?) 인정한 셈이다.

메달 집착이 성숙한 모습은 아니겠지만 스포츠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게 의미가 없을 순 없다. 조금 의아한 건 어느 샌가 우리가 ‘아시안게임 3위’라는 위치를 덤덤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십수년 전 아침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순위를 확인하고 일본에 뒤지면 북한과 합친 결과까지 따지면서 경쟁심에 불타던 때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은 이제 춤추고 노래하는데 온통 정신이 쏠린 나라가 되어가는 것일까.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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