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기와 이정현, 1순위 못지않은 대박 지명

2015년 신인드래프트 3순위 삼일상고 송교창(27‧201.3cm)은 사상 첫 로터리픽 국내 고등학생 선수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고려대 문성곤(30‧195.6cm)과 경희대 한희원(30‧195cm)이 각각 1, 2순위로 뽑힌 가운데 가능성을 보고 KCC에서 지명권을 행사했는데 결과적으로 대박이 터져버렸다. 기량, 성실성, 팀과 팬들에 대한 애정 등 모든 면에서 모자람이 없는 ‘전주의 아들’로 성장해 활약했다.
문성곤 또한 1순위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선수층이 두꺼운 안양에서 신인 시절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며 갈팡질팡하던 것도 잠시, 군 전역 후 그는 리그 최고의 특급 디펜더로 명성을 굳혔다. 단순히 잘하는 수준을 넘어 신명호, 양희종처럼 수비로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로까지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결과를 알고 과거로 간다면 전체 1순위는 송교창이 가져갈 공산이 크다. 현재의 송교창은 문성곤에 버금가는 수비력에 토종 기준 정상급 화력을 갖추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신인 시절부터 송교창은 ‘빅맨의 신장으로 가드의 스피드를 낸다’는 말이 있을 만큼 신장대비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를 뽐냈다.
이후 시즌을 거듭하면서 돌파, 슛, 볼 핸들링, 패싱능력 등 다양한 테크닉을 발전시켜나갔는데 상무 입대 후에는 수비에서도 장족의 발전을 이뤄냈다. 입대 전에도 좋은 수준이기는 했지만 최근에는 사이드스텝으로 단신 가드를 따라가 압박할 만큼 수비폭이 넓어졌다. 높은 재능 그 이상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때문에 국가대표팀에서도 문성곤과 더불어 전천후 스토퍼로 활용도가 높았는데 아쉽게도 둘다 부상으로 낙마하고 말았다.
2018년같은 경우는 상당히 애매하다. 대부분 전문가와 팬들이 1순위로 동국대 변준형(27‧185.3cm)을 예상한 가운데 KT에서 고려대 박준영(27‧195.3cm)을 깜짝 지명했기 때문이다. 박준영이 잘 성장해서 1순위다운 모습을 보였으면 KT의 혜안을 칭찬할 수도 있는 부분이겠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스타 플레이어는 커녕 주전급도 힘든 상황이다.
반면 변준형은 리그를 대표하는 듀얼가드로 자리를 굳혔다. 박준영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다수의 농구 팬들은 '변거박(변준형 거르고 박준영)'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당시의 아쉬운 지명을 지적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몇 년간 KT의 드래프트 운이 매우 좋다는 부분이다. 만약 그렇지않았다면 ‘귀한 픽을 날렸다’며 지금보다도 더 강도 높은 비난이 두고두고 이어졌을 것이 분명하다.
약간 억지를 부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박준영을 뽑았기에 이후의 쟁쟁한 신인들도 뽑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일종의 나비효과다. 만약 허훈, 변준형 조합으로 1, 2번이 운영되었다면 KT는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 확실시되는데 그로인해 드래프트 확률은 떨어졌을 것이다. 박준영의 커리어도 아직 끝난게 아닌지라 전역후 달라진 모습으로 팀에 공헌한다면 변거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도 잊혀지지 말란 법도 없다.
2020년 드래프트는 2순위 연세대 박지원(25‧190.8cm)과 3순위 고려대 이우석(24‧196.2cm)이 엄청나게 잘했다기보다는 1순위 제물포고 차민석(22‧199.6cm)이 아직까지 보여준게 너무 없다는 부분이 크다. 삼성은 2000년 이규섭 이후 20년 만에 1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다. 여기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당장의 전력보강보다 미래를 택했다는 부분이다.

이규섭은 현대가에 밀려 자존심을 구기고 있던 삼성에 2번의 우승을 안겨준 프랜차이즈 스타다. 삼성은 이규섭으로 인해 1순위 효과를 제대로 봤다. 하지만 2020년 드래프트에서는 당시처럼 눈에 확 띄는 대어급은 없었다. 당장 한 두명으로 인해 전력이 크게 바뀌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아는 삼성은 즉시 전력감보다는 미래를 보는 투자형 전략을 선택했다.
차민석 지명이 바로 그것이다. NBA에서 케빈 가넷의 성공으로 인해 고졸 열풍이 불었듯 KBL무대서 송교창의 성공은 고졸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삼성은 차민석이 송교창같이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고졸 1순위를 지명했다.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감감무소식이다.
부상도 있었고 성장도 더디다. 고쳐야 할 부분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22세로 여전히 젊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 미래까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국내 최고의 수비형 포워드 문성곤도 군 전역후에야 제대로 날개를 펼쳤다. 현재까지는 박지원, 이우석은 물론 8순위 이근휘, 11순위 오재현 등이 앞서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2021년 드래프트 또한 비슷하다. 삼성은 2년 연속 1순위를 얻으며 팀 전력 및 색깔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직전해 가능성만 보고 차민석을 뽑았던지라 다음 해에는 즉시 전력을 뽑을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많았지만 미완의 대기 연세대 이원석(23‧207.5cm)을 지명하며 또다시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이원석은 농구대잔치 시절 박상관과 함께 삼성에서 '쌍돛대'로 활약했던 이창수의 아들로 더욱 화제가 되었다. 물론 이원석은 차민석처럼 검증이 안된 선수는 아니다. 큰 키와 기동력에 사이즈까지 갖춘 스트레치 빅맨으로 연세대 시절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프로무대서도 기대치만큼은 아니지만 자신의 장점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부친 정도의 활약은 프로 무대에서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2순위 고려대 하윤기(24‧203.5cm)와 3순위 연세대 이정현(24‧187cm)이 너무 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다 해당 팀의 간판스타로 떠오르고 있으며 향후 국가대표팀을 이끌어갈 핵심으로도 지목되는 모습이다.
성장 가능성을 떠나 현재 모습만으로도 리그 탑클래스급 플레이어다. 하윤기는 서장훈, 김주성, 오세근, 김종규 등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골밑 지킴이로 존재감을 발휘 중이다. 이정현 또한 동명이인인 레전드 가드 ‘금강불괴’ 이정현 이상의 실력과 커리어를 남길 재목으로 호평받고 있다. 차세대 오세근, 차세대 양동근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원석이 어지간히 잘하지 않고서는 2, 3순위를 앞서는 커리어를 만들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팬들은 하윤기, 이정현 못지않은 선수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선다는 것 만으로도 국내 농구는 또 한명의 레전드 후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백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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