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중현]아직도 ‘우린 잘했다’는 文, 그에게 ‘현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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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달 17일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성공적으로 평가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의 논문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띄웠다.
임기 중 경제 현안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을 종종 다른 세상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었던 '현실 이탈 발언'의 연장선이란 것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부동산만큼은 할 말이 없게 됐다"며 정책 실패를 인정한 건 그보다 2년 뒤인 2021년 5월 취임 4주년 기자회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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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바로잡지 못한 ‘관리자 실패’
지난 정부 고용률이 높았던 건 사실이다. 예산을 퍼부어 노인, 청년을 위한 ‘세금 알바’를 매년 수십만 개씩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음식점, 편의점 직원 1명 일자리가 주 15시간 미만 알바 여러 개로 쪼개진 것도 높은 고용률의 원인이 됐다. 정규직 증가는 ‘노-노(勞-勞) 갈등’까지 야기하면서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무리하게 전환한 영향이 크다. 이미 드러난 부작용들로 볼 때 자랑거리라고만 하기 힘든 일들이다.
경제를 조금만 알아도 ‘이게 반론이 되나’라고 느낄 주장을 문 전 대통령은 왜 자기방어의 수단으로 내놨을까. 우선 대응할 논리나 근거가 정말 궁색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 대다수가 분노하는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일언반구 없는 걸 보면 그렇다.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임기 중 경제 현안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을 종종 다른 세상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었던 ‘현실 이탈 발언’의 연장선이란 것이다.
듣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한 발언의 정점은 2018년 6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란 거였다. 최저임금이 단박에 16.4%나 올라 편의점, 식당 주인들이 직원을 줄줄이 해고하던 시절이다. 대통령 발언을 뒷받침할 숫자 하나를 만들어 내느라 홍장표 당시 경제수석은 통계청 직원을 심야에 청와대로 불러들이고, 사적으로 아는 학자까지 동원해야 했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문 전 대통령이 말한 건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다. 5개월 전인 그해 6월 서울 집값은 벌써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때 “저희 라인 다 죽는다. 전주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로 해 줄 수 없겠나”라는 국토교통부 공무원의 간절한 요청에 한국부동산원은 서울 집값 상승률을 ‘―0.01%’로 고쳤다고 한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부동산만큼은 할 말이 없게 됐다”며 정책 실패를 인정한 건 그보다 2년 뒤인 2021년 5월 취임 4주년 기자회견 때다. “이제 알았나”라며 혀를 차는 이들이 많았다.
이런 발언의 출발점은 취임 바로 다음 달인 2017년 6월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탈원전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원전 사고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항의를 받았다. 1368명은 지진, 쓰나미의 희생자 숫자였다. 외교 문제까지 일으킨 심각한 오류였지만, 그 연설과 관련해 누구도 중한 징계나 질책을 받았다는 얘기는 없었다.
임기 5년 내내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면 이유는 둘 중 하나다. 문제가 있다는 걸 몰랐거나, 알고도 모른 체했거나. 문 전 대통령 캐릭터를 아는 이들은 대부분 전자 쪽에 무게를 둔다. 이번에도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한 조직 안에서 성과를 부풀리거나, 사실과 다른 보고를 하고도 멀쩡한 직원이 하나도 아니고 여럿이라면, 그건 항상 고개를 끄덕여 주는 관리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팩트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닥칠 것이란 생각은 과한 기대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미 그때 했을 것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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