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노OO존, 남일이라고? 안전지대는 없다

박지영 2023. 9. 27. 23: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독일 교환학생 시절 차별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이전부터 가고 싶었던 1순위 호텔은 숲캉스가 콘셉트였는데 알고 보니 '노키즈존'이어서 아예 입장 자체가 불가능했다.

2순위 호텔은 식사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가 '노키즈존'이었다.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노키즈존이 많다는 것에 놀랐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독일 교환학생 시절 차별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눈을 찢으며 '칭챙총' 하는 인종차별은 사실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다. 수준 낮은 액션들은 상대방이 못 배운 '모지리'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애매하게 나를 배제한다는 느낌이 들 때였다.

당시 자매대학에서는 현지 학생들과 교환학생을 일대일로 매칭해줬다. 서툰 독일에서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나는 내 파트너를 첫날 이후로 만날 수가 없었다. 나와 매칭된 독일 학생은 나를 보자마자 내가 아시안이라는 것에 크게 실망한 눈치였다. 그리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언어가 유창하지 않으니 더욱 싸늘해졌다. 결국 나는 그가 원하는 조건의 외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락이 끊겼다. 재밌는 사실은 유럽이나 영어권 교환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누리며 많은 모임을 만들고 어울렸지만 나를 비롯한 아시안 학생들은 그곳에 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당찬 여대생으로 살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아웃사이더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물론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었지만, 최근에 기시감을 종종 느낀다. 나에게 아이가 생기면서다.

휴가를 준비하면서 호텔을 알아보다 몇 차례 포기를 해야 했다. 이전부터 가고 싶었던 1순위 호텔은 숲캉스가 콘셉트였는데 알고 보니 '노키즈존'이어서 아예 입장 자체가 불가능했다.

2순위 호텔은 식사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가 '노키즈존'이었다. 남편과 교대로 아이를 보면 이용은 가능했겠지만 이 역시 뭔가 유쾌하지는 않아 결국 다른 곳으로 갔다.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노키즈존이 많다는 것에 놀랐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는 '노시니어존'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 카페 프랜차이즈에서는 매장을 오래 이용한 노인에게 퇴장을 요구, 논란이 커지자 본사가 직접 사과까지 했다.

노래퍼존, 노유튜버존, 노아재존 등 다양한 노○○존은 이제 유머 소재로도 쓰이고 있다. 맘충, 틀딱, 급식충 등의 혐오표현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신조어로 자리매김했다.

우리 사회에서 배제와 혐오가 희화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는 결국 분노를 낳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차별에 있어서 안전지대는 없다는 점도 기억하자. 나 역시 언젠가 누군가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박지영 생활경제부 차장 aber@fnnews.com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