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월북' 미군 왜 전격 추방했나…효용성 낮고, '웜비어 사건' 의식 가능성
美와 '대립' 정세 반영·월북 병사 '정치적 활용 가치' 낮다는 판단 가능성도
(서울=뉴스1) 서재준 북한전문기자 = 북한이 지난 7월 판문점을 통해 무단으로 월북해 망명까지 신청한 주한미군 병사를 두 달 만에 추방하는 결정을 내렸다. 과거 '오토 웜비어 사건'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국경 개방을 앞둔 '정상국가' 이미지 부각 의도 등 복합적 이유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7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트래비스 킹 이병에 대한 추방 결정을 발표했다. 킹 이병은 주한미군으로 복무 중이던 지난 7월18일 판문점 견학 중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한 인물이다.
킹 이병의 월북 사실이 밝혀지자마자 국제사회는 지난 2016년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귀환해 결국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떠올리며 북한에 날 선 시선을 보냈다.
웜비어는 평양 관광 중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국가 전복죄'라는 중대한 혐의를 받고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북한에 억류된 지 1년 반 만에 북미 교섭을 통해 송환됐으나 송환 당시 이미 식물인간 상태였고, 본국으로 돌아간 지 엿새 만에 사망했다.
킹 이병의 경우 자진 월북이라는 점에서 웜비어 사건과 차이가 나지만, 북한이 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행위로 인해 신변에 위해가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8월16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그가 미군에서 차별을 받아 월북했으며, 북한 혹은 제3국으로의 망명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 달 열흘 뒤 그를 별도의 처벌 및 '조건' 없이 추방하겠다고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북한이 킹 이병을 추방한 시기는 북한이 북중 및 북러 국경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에게도 개방한다는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가 나온 직후다.
북한은 순차적으로 국경을 개방해 궁극적으로는 관광을 재개해 외화벌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가장 우려되는 것이 바로 '웜비어 사건'으로 인한 국제사회, '잠재적 고객'들의 우려일 수밖에 없다.
또 추정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킹 이병의 '정치적 활용 가치'가 낮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다.
킹 이병의 억류 직후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접점'이 필요할 때 그를 내세울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 과거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기자 '로라 링' 사건 때나, 간첩 혐의를 받은 선교사 케네스 배, 김동철 목사 등의 사건 때는 결국 미국과의 정치적 협상을 통해 이들을 석방하며 '협상의 대가'를 받아낸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킹 이병의 추방에 앞서 미국과의 협상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그를 추방하면서 어떤 '조건'을 내걸지도 않았다.
이는 킹 이병이 주한미군 복무 당시 각종 사건사고로 인해 처벌을 받았던 것이 고려됐을 수 있다. 킹 이병은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에서 경찰 순찰차 문을 걷어차 망가뜨린 혐의로 올해 2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이마저도 내지 않아 지난 5월24일부터 48일간 노역에 처해지기도 했다.
이같은 킹 이병의 전력과 그가 처벌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가던 중 발길을 돌려 월북했다는 배경을 고려했을 때,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인'이라는 점 외에 큰 효용 가치를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킹 이병의 신분을 고려하면, 그가 한미와 관련한 '정보'를 전혀 보유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에 적극 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 러시아를 두고 미국과 단독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를 피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이날 킹 이병의 추방 결정을 발표하면서 그의 송환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그가 현직 미군 소속이고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다는 점에서 그가 월북한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낼 가능성과, '제3국 추방'을 위해 고려항공 등을 통해 중국으로 추방해 미국 측의 신병을 인도할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된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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