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악수’의 중요성 [뉴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2015년 개봉한 영화 ‘킹스맨’에서 배우 콜린 퍼스가 연기한 젠틀맨 스파이 해리의 명대사다.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이 짧은 진리는 그만큼 어느 상황에서나 예절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스포츠 현장에선 종종 여기에 반하는 일이 벌어진다.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2020도쿄올림픽 등의 국제대회에서도 이런 예절이 지켜지지 않아 논란이 됐다. 특히 상대 선수의 ‘악수’를 거부하는 행동이 화두에 올랐다.
◆‘악수’ 논란…2022항저우아시안게임
‘콰직’하는 파열음이 6차례 들릴 정도로 라켓 부서지는 소리가 경기장을 울렸다. 이내 짐을 챙기더니 애써 상대 선수를 외면한 채 코트를 빠져나간다. 지난 25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국가대표 테니스선수 권순우(26·당진시청)가 경기에 패하자 라켓을 부수고, 상대 선수의 악수를 무시했다.
25일 남자 유도에서도 악수를 거부한 선수가 있다. 국가대표 유도선수 강헌철(27·대한유도회)과 북한 김철광이 맞붙었다. 강헌철은 유도 남자 73kg급 16강에서 북한의 김철광에 정규시간(4분) 종료와 동시에 빗겨당겨치기를 허용해 한판으로 패했다. 심판이 김철광 승리를 선언하자 강헌철이 김철광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그러나 김철광은 뒤를 돌아 그대로 매트를 떠났다.
◆2020도쿄올림픽에서도 악수거부 논란?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선수가 상대 선수의 악수를 무시해서 논란이 됐다. 2020년 7월23일 한국과 뉴질랜드의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구 B조 1차전에서 이동경(26·FC 한자로스토크)이 상대 선수의 악수를 거절했다. 권순우와 마찬가지로 패배의 아쉬움이 행동으로 드러난 것이다.
◆“국가대표로서의 행동이라 더 아쉽다.”
권순우의 행동은 국가대표로서 나선 경기이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희진 한국스포츠사회학회 회장은 스포츠퍼슨십(스포츠맨십)과 국가대표로서 가져야 할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희진 회장은 “스포츠퍼슨십이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했다”며 “귀족들의 젠틀맨(gentlemen) 아마추어리즘(amateurism)과 일반인들의 커머너(commoner) 아마추어리즘이 있는데, 젠틀맨 아마추어리즘은 상대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회장은 “종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악수하면서 경기를 마치고, 서로를 격려한다”며 “동양에서는 무도 경기 등에서 인사를 하고, 서양에서는 악수한다”고 부연했다. 권순우 선수의 행동에 관한 질문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국제경기에서 국가대표 선수가 보일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의 이미지보단 국가적 의지를 갖고 출전하는 대회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 회장은 권순우의 분노가 이해되고, 이후 대처는 바람직했다고 평했다. 서 회장은 “전후 관계를 살펴보니 충분히 흥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식으로 감정 표현하는 것이 지향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제 권순우 선수가 사과문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충분히 반성하고 주의하면 더욱 멋진 선수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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