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급 계획도 정부 입맛대로…재생에너지 전문가 배제

박상영 기자 2023. 9. 2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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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계획’ 수립할 실무위원 13명
원전·수소 쪽 전문가 위주로 구성
태양광·풍력 뺀 의도적 인선 의혹
전력정책심의회도 ‘친원전’ 일색
산업부 “SMR 등 분야 우선 충원”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와 양북면 봉길리에 걸쳐 자리해 있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오른쪽)와 2호기. 경향신문 자료사진

향후 15년간 전력 수급 청사진을 제시할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실무위원에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 전문가가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정부가 입맛에 맞는 정책을 짜기 위해 자의적인 인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무탄소 전원 실무반에 참여하는 13명의 위원에는 한국전력,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정부 산하기관 소속 4명과 원전 전문가 3명, 수소 전문가 2명이 포함됐다. 그 외에 경제학·산업공학 등을 전공한 교수 4명이 들어 있다.

무탄소 전원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을 포함한다. 실무위원들의 세부 전문 분야는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수소산업, 수소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전지 등으로 태양광·풍력 전문가는 빠졌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때 다수의 재생에너지 전문가가 무탄소 전원 실무반의 전신인 신재생 실무반에 참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년마다 향후 15년에 걸쳐 적용될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전력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발전 및 송·변전 설비계획 등이 담긴다. 이번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작성하는 총괄위원회 산하에는 수요계획·설비계획·전력시장·제주수급 등 4개 실무소위와 수요전망·수요관리·전원구성·무탄소 전원·신뢰도·전력계통 6개 실무반이 구성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무탄소 에너지의 국제 확산을 위해 ‘CF(무탄소)연합’을 제안했다. 산업부도 이런 방향에 맞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무탄소 전원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기존 신재생 실무반을 무탄소 전원 실무반으로 개편했다. 산업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심의하는 민관 회의체인 전력정책심의회 구성도 ‘친원전 인사’로 바꿨다.

김 의원은 “산업부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무탄소 전원 실무반에는 원전 측 인사가 다수”라며 “원전으로 치우친 에너지 정책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작성할 전문가 섭외 과정에서도 일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원전 건설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당초 내년으로 예정한 계획 수립 착수 시점을 올해로 앞당겼는데, 여기에 부담을 느낀 몇몇 전문가가 참여를 고사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에 우호적인 인사들 중에도 신규 원전 건설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무탄소 전원 실무반에 참여하는 전문가 중 산하기관 소속 1명과 전력계통을 전공한 교수 1명은 재생에너지 전문가로 분류하는 게 맞다”며 “SMR 등 기술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분야 전문가를 우선 충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해당 분야 전문가가 꼭 그 분야만 대변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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