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30년 만에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사절단 파견
‘오슬로협정’ 이후 처음…이스라엘과 수교 협상 지지 얻기
이스라엘, 사우디의 ‘팔 독립국가 건설’ 수용 가능성 희박
사우디아라비아가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강제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사절단을 파견했다. 사우디 외교 인사가 서안지구를 공식 방문한 건 1993년 이후 30년 만이다.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수교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가 핵심 이해관계자인 팔레스타인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사우디가 강조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조건을 이스라엘이 수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나예프 알수다이리 요르단 주재 사우디 대사는 이날 서안지구 중심 도시 라말라를 찾아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신임장을 제출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알수다이리 대사를 비상주 팔레스타인 대사와 이스라엘 예루살렘 총영사를 겸하도록 한 바 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오슬로협정을 체결한 1993년 이후 처음 사우디 외교 대표단이 서안지구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외교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뤄졌다. 1948년 이스라엘이 국가를 수립한 이후 터전을 잃은 팔레스타인의 뒷배를 자처해온 사우디로선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기 전 팔레스타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알수다이리 대사는 “사우디는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해 일하고 있다”며 “사우디가 2002년 제안한 ‘아랍 이니셔티브’가 다가올 이스라엘과의 합의 기둥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랍 이니셔티브’는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장악한 팔레스타인 영토를 반환해야만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이스라엘과의 외교 정상화 조건으로 다시 강조한 셈이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응을 내놓진 않았지만, 하임 카츠 관광장관이 같은 날 이스라엘 장관급 인사 중 처음으로 사우디를 공개적으로 방문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찾은 카츠 장관은 “관광 분야의 협력은 전 세계를 하나로 모으고 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우디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요구를 이스라엘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3일 CNN 인터뷰에서 “사우디와의 외교 정상화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팔레스타인이 이 협상 과정에 일부가 돼야 한다고 믿지만,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선택을 거부할 권한을 지녀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CNN은 “네타냐후 총리는 끝까지 팔레스타인에 어떤 종류의 양보를 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은 사우디가 제안한 ‘아랍 이니셔티브’ 계획을 거부한 바 있다”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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