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트럼프, 대출 위해 자산가치 조작”

최서은 기자 2023. 9. 2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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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재판에서 “은행·보험사 상대로 사기 행각” 판결
뉴욕주 일부 사업 면허 취소…트럼프는 “미친 판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은행 대출 등을 받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보유자산 가치를 부풀리는 사기를 저질렀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주 맨해튼지방법원은 26일(현지시간) 약식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및 트럼프그룹이 은행과 보험사 등을 상대로 자산가치를 조작해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판결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은행 대출과 보험 약정 등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자산가치를 크게 부풀렸다는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허위 재무제표를 활용해 순자산을 최대 22억3000만달러(약 3조원) 과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재판을 맡은 아서 엔고론 판사는 “이 재무제표에는 피고인이 사업에서 사용한 자산가치 조작 내역이 분명히 포함돼 있다”며 “이는 환상 속 세상이지 현실 세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그룹의 뉴욕주 일부 사업 면허를 취소하고 기업활동에 대한 독립적인 감사가 이뤄지도록 명령했다.

반면 원고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신청은 기각했다. 또 엔고론 판사는 피고 측 변호사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제기한 것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 5명에게 각각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 크리스토퍼 키세는 이번 판결을 두고 “터무니없다”며 “사실과 준거법으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진 판결”이라면서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역시 다른 재판들과 마찬가지로 “마녀사냥”이라며 재판부를 향해 “미친 판사”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나의 시민권이 침해당했다. 연방이든 주든 항소법원은 이 끔찍하고 미국적이지 않은 결정을 번복해야 한다”며 “이번 판결은 자신의 재선을 막으려는 급진 좌파 민주당의 시도”라고 주장했다.

정식 재판이 시작하기 전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기 혐의가 인정됐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다음주 정식 재판에 들어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사법절차에서 약식재판이란, 재판 전 중요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없고 법률적 판단만 남은 사안에 대해 법원이 정식 재판을 개시하기 전 내리는 결정을 말한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정식 재판은 다음달 2일 시작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제임스 총장은 보유자산 가치를 부당하게 부풀린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를 상대로 최소 2억5000만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검찰은 맨해튼 트럼프타워 등 뉴욕, 시카고, 워싱턴의 부동산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등 200개 이상의 자산가치를 허위로 보고해 부당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민주당 소속 흑인 여성인 제임스 총장을 향해 ‘인종차별론자’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을 표적으로 삼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재판은 그가 직면한 수많은 법적 의혹 중 하나로, 그는 이미 4개의 개별 형사사건에서 91건의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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