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의 독…응급실 찾은 중독환자 절반은 ‘치료약물’ 노출 탓
질병청, 중독 관련 첫 실태조사
10대 해열제·신경안정제 다수
독성 물질에 노출돼 응급실을 찾은 환자 절반가량은 ‘치료약물’에 노출돼 건강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청은 27일 ‘응급실 기반 중독 심층 실태조사 1차 연도’ 결과를 공개했다.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화학물질, 약물, 자연독 등 독성 물질 노출에 의한 중독환자는 연간 10만명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진료비는 지난 10년간 매년 증가해 2021년 기준 578억1000만원에 달한다.
이에 질병청은 노출 물질 및 노출 경로, 환자의 인구학적 특성, 증상 및 징후, 치료 및 예후 등 중독의 다양한 역학적 특성을 파악하고자 응급실 기반 실태조사를 처음 실시했다.
지난해 6월1일부터 올해 5월31일까지 14개 시·도 15개 의료기관 응급실을 찾은 중독환자 진료 건수는 5997건이다. 이 중 사망한 사례는 102건(1.7%)이었다. 전체 중독환자 중 여성은 56.2%, 남성은 43.8%였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19.0%, 70대 이상 14.5%, 40대 14.4%, 50대 14.0% 등의 순으로 많았다. 독성 물질을 의도적으로 접촉한 의도적 중독(67.2%)이 비의도적 중독(32.1%)보다 많았다.
주요 노출 물질은 치료 약물이 51.5%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스류(13.7%), 인공독성물질(11.9%) 등의 순이었다.
특히 10대의 80%가 치료약물에 의한 중독으로 나타났다. 10대의 다빈도 중독 물질 1위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21.1%), 2위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신경안정제(19.2%)였다. 10세 미만에서는 화장품, 락스 등 가정 내 생활화학제품의 독성 물질에 노출되는 사례가 30.5%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60대 이상에서는 글라이포세이트, 글루포시네이트 등 농약류가 다수 포함됐다.
질병청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상별 맞춤형 예방사업을 추진한다. 첫 사업은 치료약물 중독에 취약한 청소년 대상 예방사업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치료약물 사용법, 응급처치방법 등 중독질환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소아·노인 등 취약집단을 중심으로 중독질환 예방사업의 대상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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