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의 문뜩] 명절에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통계들

이호준 기자 2023. 9. 2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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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민족의 대이동’까지는 아니지만,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근황을 얘기하고 회포를 풀기에 명절만큼 반가운 날이 또 있을까. 차표를 구하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왕복 수백㎞ 거리도 기꺼이 운전할 수 있는 건 이런 설렘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복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깃들지는 않는다. 노력했던 일이 물거품이 되고 기대했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좌절한 이들에게 명절은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은 행사다. 그래서 때로는 ‘취업은 언제 하니’ ‘결혼은 안 할 거니’ 같은 인사치레조차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된다. 여기에 한 명 두 명 거들다 보면 관심은 참견이 되고, 염려는 오지랖이 된다.

‘명절이 아니면 보기 힘든 친척들’이 ‘명절만 아니면 보지 않아도 되는 친척들’로 돌변하는 데는 이런 몇마디면 충분하다. 어째서인지 기성세대 주변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구해 인생을 순항하는 ‘엄친아’ ‘엄친딸’들만 즐비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학교(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한 청년(15~29세) 4명 중 1명이 백수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청년층 부가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5월 기준 청년 인구 841만6000명 중 재학·휴학생을 제외한 최종학교 졸업자는 452만1000명이다. 이 가운데 126만1000명은 미취업 상태였다. 대학 졸업자가 66만6000명, 대학원 이상 졸업자도 1만2000명이나 됐다. 인구가 줄었다느니 구인난이 심화됐다느니 하지만 맹렬한 취업경쟁 속에 청년들은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셈이다.

고졸 이상 청년 4명 중 1명이 백수

연애관과 결혼관도 말 그대로 천지개벽 수준으로 변했다. 통계청이 청년(15~34세) 1058만6000명을 대상으로 살펴본 ‘청년 의식 변화’ 자료를 보면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청년은 10명 중 4명(36.4%)이 채 되지 않았다. 이는 10명 중 6명꼴이던 10년 전보다 20%포인트나 낮아진 것으로, ‘결혼에 긍정적’이라는 여성 응답자는 10명 중 3명(28%)도 안 됐다.

젊은이들의 결혼관이 이토록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으니, ‘결혼은 언제 할 거니’ 같은 질문 자체가 애초에 고리타분하고 맥락 없이 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2000건으로 1년 전보다 0.4% 감소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가장 많은 혼인이 이루어졌던 1996년에는 한 해 43만5000건의 혼인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는데, 1997년 30만건대로 내려온 뒤 2016년 20만건대, 2021년 10만건대로 내려앉았다. 25~49세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인구구조적인 원인이 가장 큰 배경이지만, 이처럼 달라진 가치관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노총각이나 노처녀, 결혼적령기라는 표현도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지난해 기준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은 33.7세, 여성은 31.3세로 1년 전보다 각각 0.4세, 0.2세 올라갔다. 남성의 경우 34세 이하에서 전년 대비 혼인 건수가 감소하고 35세 이상에서 증가했는데, 20대 후반(-8.4%)에서 가장 많이 줄고 40대 초반(10%)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초혼 기준으로 20대보다 30대 비중이 높아진 지 오래다. 2021년 초혼 여성 총 15만6576명 중 30대가 7만6900명(49.1%)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이어 20대 7만1263명(45.5%), 40대 6564명(4.2%) 순이었다. 20여년 전인 2000년에는 초혼인 20대가 30대의 무려 8배였다.

아이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결혼해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인식은 2018년 46.4%였지만, 2022년에는 53.5%로 과반이었다. 반면 결혼생활에서 ‘가족 간 관계보다 부부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 비중은 2022년 60.7%로 2012년(54.7%)보다 늘었다.

‘결혼해도 자녀 불필요’ 절반 넘어

기성세대가 오랫동안 우리 사회 ‘표준’으로 삼아왔던 졸업→취업→결혼→출산의 도식 상당 부분이 옅어진 것으로,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누구든 ‘명절만 아니면 보지 않아도 되는 꼰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상황극에서 한 고모가 명절에 만난 다 큰 조카에게 물었다. “취업은 왜 안 하니” “결혼은 언제 할 거야?” 움츠리며 말을 더듬는 조카에게 고모가 또 묻는다. “참, 네 오빠는 이번에 왜 안 왔니?”

조카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고모 때문에요.”

이호준 경제부 차장

이호준 경제부 차장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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