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명 영장 기각, 한동훈 과도한 ‘정치 수사’ 책임지라
법원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민주당은 당대표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피하게 됐고 이 대표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국회 다수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 시도는 형사소송법의 불구속 수사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사법부 설득에도 실패했다. 1년 반 넘도록 먼지털기식 ‘정치수사’를 지휘해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장관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법원은 성남시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한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됐다”고 인정했지만 이 대표 혐의를 구속이 필요한 범죄라고 보지 않았다. 검찰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뇌물죄·백현동 의혹 관련 배임죄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하지만 법원은 뇌물죄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고, 배임죄는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검찰의 수사 실패를 사실상 확인한 셈이다.
검찰은 대장동으로 시작했다가 ‘종목’을 바꿔가며 이 대표에 대해 700여일간 약 400회 압수수색, 여섯 번의 소환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운운하며 최대 무기징역이 선고돼야 한다고 별렀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자성은커녕 법원 결정이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 아닌지 우려한다”고 했으니 어처구니없다.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한 장관이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무위원, 공정한 수사를 지휘해야 할 법무부 수장으로서 실패한 ‘정치수사’를 어떻게 책임질 건지 밝히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이다.
집권 내내 검찰 통치로 일관했던 윤석열 대통령도 뼈아픈 성찰이 필요하다. 대선 경쟁자이자 제1야당 대표를 ‘피의자’로 규정한 국정 최고책임자의 그릇된 인식이 ‘정치수사’에 날개를 달아준 것 아닌가. 검찰 수사에 대해 “정권의 참혹한 국정 실패를 감추기 위한 비열한 공작”이라는 민주당의 비판이 과하지 않다. 의회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야당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고비를 넘긴 민주당도 당내 통합과 정치 복원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체포동의안 가결표 색출, 징계 운운하며 내부 권력투쟁에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경제 침체로 고통받는 민심을 돌보고, 정기국회를 민생국회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 이 대표는 구속영장 기각 직후 “상대를 죽이는 정치 말고 진정한 정치로 돌아가자”고 했다. 여야가 새겨야 할 말이지만, 이 대표 스스로도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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