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건 채식, 기후위기 대응에 불가피하다
‘지구위험 한계선’은 요한 록스트룀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공동소장을 비롯한 기후과학자들이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생태적 한계를 정량화해 2009년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지구 건강을 위한 9개 영역의 한계선은 회복력의 경계선이자 사회·경제를 지구와 연관 지음으로써 ‘한계 내 성장’이라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안내하는 중요한 틀이기도 하다. 심각한 인간성 박탈이 없는 사회적 기초와 함께, 지구위험 한계선은 유엔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 협상에서 국제 사회의 목표를 설정하는 기준 역할을 해왔다.
지난 13일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덴마크·독일 등 8개국 29명의 과학자가 2000건가량의 연구를 토대로 지구의 건강 상태를 진단한 결과가 발표됐다. 9가지 지구위험 한계선 중 기후 변화·생물 다양성·토지 변화·담수 변화·질소와 인의 부영양화·새로운 화학물질 등 6가지가 위험 한계선을 넘어섰고, 해양 산성화와 대기 오염, 오존층 변화는 안전 기준 범위에 들었다.
이는 지구가 병들었을 뿐 아니라 건강을 스스로 회복하는 힘도 심각하게 잃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지구 회복력의 악화는 지구 온도를 1.5도 낮추려는 기후 변화 목표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지구 시스템의 9가지 영역은 상호 연결돼 있어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기후뿐 아니라 다른 지표들도 한계선 내에서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 9가지 영역의 지표 가운데 하나라도 임계점을 벗어나면 도미노가 무너지는 것과 같은 연쇄 효과로 회복력을 완전히 상실해 인류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2015년 인류가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에도 온실가스 배출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증가했다는 보도만 나오는 현실에서 비건 채식이 에너지 전환과 지구 회복력 복원을 위한 전략적 해결책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축산업은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뿐 아니라 9개 지표와 관련한 토지와 담수 변화, 화학비료로 인한 질소·인의 순환, 대기 오염 등의 최대 원인 제공자이기 때문이다.
단지 비건 채식을 함으로써 지구위험 한계선을 벗어난 6개 지표와 나머지 3가지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메탄 감축은 2050년 넷제로(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도록 해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를 위한 에너지 전환의 시간을 상당 부분 벌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86배 더 센 초강력 온실가스로, 방출 후 잔류기간이 훨씬 짧아 단기간에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곧바로 실천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메탄은 목축에서 60%, 화석연료에서 40%가 발생하고, 사육하는 ‘소·양의 트림’이 주 배출원이다.
또한 개발단계에 있는 불확실한 탄소 포집 및 제거 기술에 의존하는 것보다 비건 채식을 통해 사료 재배로 인한 과도한 삼림파괴와 해양자원 남용을 줄여 숲과 토양, 해양 생태계를 복원하면 온실가스를 확실하고 안전하게 흡수할 수 있다. 축산업은 세계 농지의 80%를 사용하고,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의 91%(유엔 식량농업기구 자료), 생물 다양성 손실의 60%(세계자연기금 자료)를 일으키는 근원이다. 특히 기후재앙의 극적인 악화를 예견하는 5년 이내에 산림 회복과 식목만이 현재 절실한 대규모 탄소 흡수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검증된 방법이다.
무엇보다 비건 채식은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적응’ 측면에서도 핵심적이다. 기후재앙이 현실화된 이후에는 고기를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데다 그때는 육식이 받아들이지 못할 행위로 인식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전 지구적인 식습관의 전환이 불가피한 이유이다. 가능하면 기후재앙이 닥치기 전에 지구 회복력을 한계치로 몰아가는 파괴적 농업의 중단과 전 지구적인 식습관의 전환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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