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이 대표 ‘정치 수사’ 반성부터 하라

한겨레 2023. 9. 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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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은, 2년 가까이 수십명의 검사들을 동원해 조직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며 수사한 검찰로서는 부끄러워해야 할 결과다.

이 대표의 핵심 혐의에 대해 "공모 여부, 관여 정도에 다툼이 있어 보인다"는 영장 기각 사유는 검찰 수사가 애초부터 잘못된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들게 한다.

한마디로 검찰이 이 대표의 핵심 혐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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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수사·재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27일 오전 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은, 2년 가까이 수십명의 검사들을 동원해 조직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며 수사한 검찰로서는 부끄러워해야 할 결과다. 이 대표의 핵심 혐의에 대해 “공모 여부, 관여 정도에 다툼이 있어 보인다”는 영장 기각 사유는 검찰 수사가 애초부터 잘못된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들게 한다. 그런데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영장 기각이) 죄가 없다는 건 아니다”라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유무죄는 재판을 해봐야 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잡범” “대규모 비리의 정점은 이 대표”라는 말로 마치 죄가 확정된 것처럼 떠든 건 뭔가.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밝힌 기각 사유는 명쾌하다. 이 대표 핵심 혐의 중 ‘백현동 개발 사업’은 이 대표가 관여했다는 의심이 들긴 하지만,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사실관계와 이 대표 주장을 들어보면 ‘피의자 방어권을 배척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혐의는,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의 진술 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로는 이 대표가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한마디로 검찰이 이 대표의 핵심 혐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영장에 본안과 상관없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관련 위증교사 혐의까지 갖다 붙여 마치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것처럼 ‘꼼수’를 썼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처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으니 ‘불구속 재판 원칙’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하라는 당연한 판단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정당 대표이기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사법 영역에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게 아닌가”라며 법률가답지 않은 말을 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사법은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어선 안 되고, 변질될 수도 없고, 변질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영장 기각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검찰총장이 할 말은 아니다. 이번 수사를 정치적 문제로 변질시킨 건 누군가. 검찰은 제1야당 대표에 대해 300회가 넘는 압수수색을 하고, 여섯 차례나 소환 조사를 했고, 두번씩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겨냥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총장은 국민을 위해 행사해야 할 검찰권을 윤석열 대통령 보위에 쓰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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