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급증하는 임금체불, ‘한시 감독’ 대신 처벌강화 법 개정해야

2023. 9. 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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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25일 고용노동부와 법무부가 임금체불 근절 의지를 담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부는 다음달 말까지 전국에서 임금체불 근절 기획감독을 실시하고, 전국 검찰청에서 체불사건 전문조정팀을 집중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5월 ‘상습체불 근절 대책’을 발표했고, 법무부는 지난해 관련 검찰 업무 개선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근절 의지가 무색하게 임금체불이 급증하고 있다. 사업주 처벌강화 없는 ‘한시 이벤트성’ 기획감독으로는 임금체불을 근절할 수 없음을 입증한다.

지난 8월 말 기준 체불임금은 1년 전에 비해 2615억원(29.7%) 증가해 1조1411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소하던 임금체불액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피해 노동자도 14.1%가 증가해 18만명에 이른다. 노동 현장에서 체감되는 임금체불 실태는 정부 통계보다 더 심각하다. 직장갑질 119는 최근 직장인 1000명 대상 조사에서 437명(43.7%)이 임금체불을 경험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직원 400여명에 대한 체불임금 지급을 미뤄온 전자제품 제조업체 대표이사가 구속됐다. 사업주 구속 건수는 올해 9건으로 전년 동기 3건에서 대폭 늘어났다.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방침은 바람직하긴 해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체불 사업주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징역형은 전체의 20%에도 못 미치고 체불액 대비 벌금액이 30%를 밑도는 경우가 77.6%에 달한다고 한다. 법을 어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임금체불이 근절될 수 있다. 노동자가 합의만 해주면 체불 사업주가 처벌을 면할 수 있는 ‘반의사 불벌’ 조항도 삭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일한 만큼, 제때, 정당하게’ 임금을 받는 것은 노동자의 기본권에 속한다. 이 권리가 보장돼야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부정하는 임금체불은 중대재해만큼이나 노동자의 일터와 가족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대범죄다. 정부 담화문 발표 다음날, 50대 택시기사가 임금체불 청산, 완전월급제 보장 등을 요구하며 택시회사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다. 임금체불로 인한 사회적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5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상습 체불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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