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하청노동자의 사용자” 잇단 판정…노란봉투법 취지와 유사
구글이 하청업체 액센츄어 소속 ‘구글 헬프’ 노동자들의 ‘공동 사용자’라는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 판정이 나왔다. 유튜브 뮤직 하청 노동자의 공동 사용자가 구글이라는 판정에 이어 두번째다. 미국에선 이 같은 판정이 잇따르고 있지만 한국에선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통과가 늦춰지고 있다.
NLRB는 지난 21일 구글과 액센츄어가 구글 헬프 노동자들의 공동 사용자라는 판정을 내렸다. 구글 내부 노동시장은 구글 본사 엔지니어 등 정규직(FTEs)과 임시 파견노동자·하청 노동자·프리랜서(TVCs) 등 불안정 노동자 그룹으로 나뉜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구글 헬프 노동자들은 지난 6월8일 노조 결성을 선언했다. 구글은 한 달 뒤 액센츄어 소속 노동자 80여명을 해고했다. 구글 정규직·비정규직 모두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알파벳노조는 지난달 이 해고가 노조 결성 추진에 따른 보복인지를 NLRB에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엑센츄어에서 테크니컬 작가로 일했던 엠마 시블리는 “NLRB의 이번 결정은 구글과 액센츄어가 우리의 노동조건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며 “구글의 거미줄 같은 하청 관계를 풀면 구글이 우리의 노동조건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구글 헬프 노동자들은 다음달 10일부터 교섭대표노조 승인을 위한 찬반 투표를 실시하며 11월6일 개표가 실시된다. 알파벳 노조는 “구글의 노동자 오분류(misclassification)는 테크 노동자들에게 오랜 관심사였다”며 “NLRB의 결정은 구글이 확장된 인력(간접고용)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NLRB는 지난 3월 원청인 구글이 유튜브 뮤직 하청 노동자의 공동 사용자라는 판정도 내렸다. 구글 하청업체 ‘코그니전트’ 노동자 약 60명은 시급 19달러를 받고 유튜브 음악 콘텐츠 제목, 연주자 등 정보가 정확한지 검수했다. 알파벳 노조에 가입한 이들은 지난해 10월 NLRB에 교섭대표노조 승인 투표 신청을 했다. 이 투표에서 노동자 과반이 찬성표를 던지면 하청뿐 아니라 원청인 알파벳과도 교섭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NLRB는 하청 노동자 임금, 노동시간, 지휘·감독에 원청인 구글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구글을 공동 사용자로 봤다.
최근 NLRB 판정례는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와 맞닿아 있다. 노조법 개정안은 2조 사용자 정의 조항에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문장을 추가했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일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같은 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의 거부로 노란봉투법은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노동계에선 다음 달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뿐 아니라 노란봉투법 처리도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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