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70주년 맞은 한·미 동맹, 어디까지나 국익의 수단이어야 한다
내달 1일이면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지 꼭 70년이 된다. 1953년 한국전쟁의 포성이 멈추고 약 두 달 후 미국 워싱턴에서 체결된 이 조약은 한국이 맺은 유일한 군사동맹 조약이다. 양측은 버려질지 모른다는 한국의 두려움과 원치 않는 분쟁에 연루될지 모른다는 미국의 우려로 인해 때로 불신하면서도 대체로 서로 원하는 것을 얻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한·미 정부는 올해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에 이어 지난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서 축하 분위기가 정점을 찍었다.
지금의 한·미 동맹이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점에는 이의를 달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미 동맹의 공과를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은 냉전시기 한국이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루는 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 측면이 있다. 미국은 냉전 전략에 한국을 활용하면서도 군사정권의 인권 문제에 개입했다. 미국의 경제 원조는 한국이 산업화로 나서는 데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그에 수반된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에 의존하며 주권국가의 자율성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했다.
탈냉전 이후 동맹의 성격이 변화할 기회가 있었지만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며 동맹이 사실상 영구화하는 길로 갔다. 미·중 전략경쟁이 부상하며 동맹의 범위는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동맹이 한국에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지만, 동맹을 유지하는 비용도 커지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세계 전략에 연동돼 신냉전 구도 한복판에 들어가면서 중국·러시아와 갈등을 겪고, 그로 인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통일이라는 국가 목표에서 더 멀어져가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한국의 대미 안보 의존도가 더 커지면서, 미국의 반도체 대중수출 규제에서 보듯 경제 분야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도 잦아졌다.
당장 큰 위험은 미국의 불확실한 국내 정치 상황이다. 내년 미 대선에서 동맹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런 점에서 위험을 분산하기보다 한·미 동맹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는 우려스럽다. 동맹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국익 추구의 수단이어야 한다. 글로벌 동맹, 말은 좋지만 여전히 한국의 최우선 국가 목표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통일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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