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년 만에 고향 가요" 코로나 이후 첫 추석…기차역 '북적'
"동생이랑 오랜만에 부모님 납골당에 가려고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만난 정모씨는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3년 만에 남동생 얼굴을 보러 대전에 간다"며 "명절 핑계 삼아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건데 설렌다. 그동안 못갔던 친척 어른들 산소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씨의 손에는 동생에게 선물 할 보약 박스가 있었다.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엿새간 이어지는 긴 명절을 맞이해 서울 주요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은 고향으로 떠나는 귀성객들로 붐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철도를 이용하는 전체 평균 이용객은 120만2000여명이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17만2000여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추석보다 14만명쯤 늘어난 수치다.
서울역에는 이른 아침부터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려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오후 12시, 오후 4시, 오후 5시 기차는 이미 매진된 상태였다. 매표소 앞에는 입석표를 구하려는 시민들 스무명이 줄 서 있었다. 서울역 내부에 마련된 의자에도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있었다. 시민들은 한 손에는 캐리어, 다른 한 손에는 선물 박스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30대 군인 김모씨는 가족들과 함께 본가 괴산으로 간다고 했다. 그는 "6개월 만에 본가에 있는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며 "도착하면 부모님이 지어준 따뜻한 밥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기차가 도착할 때까지 장시간 대기하면서 처음 보는 시민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구 출신의 60대 남성 김정철씨는 "옆에 계신 할머니랑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해졌다"며 "기차 올 때까지 뭐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런 저런 얘기 나누다보니까 금방 시간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서울 서초구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도 고향으로 떠나려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식당과 카페에는 사람들이 꽉 차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매표소 앞에는 뒤늦게 표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10명 정도 모여있었다. 오후 버스가 매진됐다는 소식에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60대 박모씨는 "기차표가 매진되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침 9시에 버스표를 구했다"며 "서울로 올라오는 차편은 아직 구하지 못해서 걱정이다. 나 같은 주부들은 늦게 올라와도 부담이 없는데 생업이 있는 사람들은 예매 경쟁에서 애를 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에 화물 싣는 작업을 하는 50대 강모씨는 "버스 짐칸에 실을 택배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보통 아침 5시부터 오후 2시까지 9시간 근무하는데 명절이라 벌써 짐칸이 꽉 찼다"고 말했다. 그는 "명절 전에는 차례 용품이 많고 연휴 끝물에는 자식들에게 보낼 음식 택배 물량이 많다"며 "물량은 명절 전에 최고점을 찍고 명절에 최저점을 보이다가 다시 끝물에는 최고점을 찍는 식"이라고 말했다.
버스 터미널 내 편의점도 분주한 모습이었다. 음료 코너 냉장고 문은 쉴틈 없이 열리고 닫혔다. 편의점 앞에는 새로 들어온 제품 박스가 수십개씩 쌓여있었다. 편의점 점원은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내내 물류가 계속 들어왔다"며 "보통 버스에서 먹을 견과류나 물 종류가 가장 잘 나간다. 평소보다 10배 정도 물량 발주를 넣었다"고 말했다.
복권 판매점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60대 김모씨는 "지금 20분 넘게 기다리고 있다"며 "복권 사서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 내려가려고 한다. 명절을 맞아서 좋은 기운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오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향하는 차량은 53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차량은 47만대일 것으로 예상했다. 오후 4시 요금소 출발 기준 서울에서 지방까지 예상 소요 시간은 △부산 7시간 △울산 6시간40분 △강릉 3시간10분 △양양 1시간50분(남양주 출발) △대전 4시간10분 △광주 6시간10분 △목포 6시간30분(서서울 출발) △대구 6시간이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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