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年2조5천억 전기차 보조금, 예산 편익따져야

2023. 9. 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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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 목표를 공언한 가운데,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국제 사회에 제시했다. 수송 부문의 경우 온실가스 37.8% 감축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확대를 내세우고 있는데, 정책 내용은 구매보조금에 집중돼 있다. 2023년 환경부의 기후·탄소 분야 예산 4조5264억원 중 무공해차 예산은 3조435억원으로 67%가량을 차지하며, 그중 구매보조금이 2조5514억원으로 무려 84%에 이르고 있다.

주목하는 것은 2조5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과연 적절하게 지출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예산 총액도 중요하지만, 대당 보조금의 적정성이 논의의 핵심이다. 구매보조금은 결국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여러 연구들은 전기차의 환경편익이 구매보조금에 비해 결코 크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분석에서는 소형 전기 화물차의 경우 대당 200만원 수준의 환경편익만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중앙정부의 소형 전기 화물차 구매보조금 대당 1200만원은 환경편익을 감안하면 과도한 수준이다.

전기차를 구매하여 운행할 때 내연기관차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면 전기차로의 대체가 용이하지 않을 테니 보조금 실효성을 위해 구매자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운전자 차량 구매비 및 운행 시 연료비 등 총 투입비용을 차종별로 비교해보면, 현재의 구매보조금하에서 전기승용차와 내연기관차 총 소요비용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전기 화물차는 평균적인 주행거리를 감안할 때 구매보조금을 받지 않더라도 경유 화물차보다 총 소요비용이 적게 발생한다. 주행거리가 긴 소형 화물차의 경우 연료비 등 유지비 차이만으로도 전기 화물차가 기존 경유차 대비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구매보조금은 마치 보너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에는 보조금을 받아 전기 화물차를 구매한 후 웃돈을 붙여 중고차 시장에 되파는 행태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구매보조금 단가가 지나치게 높았음을 보여주는 단편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전기 화물차 구매 시 기대되는 경제적 이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유 화물차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소형 화물차의 구매 결정 과정에서 단지 비용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잦은 충전에 따른 불편함이나 전기차 성능에 대한 불신 등 여타 요인들이 화물차 구매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화물차 부문에서는 무공해차 예산을 구매보조금 위주로 가져가기보다 충전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정책 방향이다.

영국의 경우 2022년부터 일부 차종을 제외한 전기차의 구매보조금을 폐지하고 올해부터 전기차 인프라 투자에 집중키로 했다.

국가 예산은 무한정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확장재정으로 인해 악화된 국가 재정건전성을 개선시키기 위해 관리재정을 표방하며 예산을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기차 보급을 위한 예산도 예외는 아니다. 대기오염물질 감축을 위한 전기차 보급의 명분이 바로 서 있다면, 재원도 명분에 맞게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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