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대북전단금지법의 최후

문재인 정부 때 터진 코로나19 사태를 상기해본다. 미국, 프랑스 등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라 국민들이 정부 통제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백신 음모론'까지 떠들던 모습은 한국인들에게 자못 충격을 안겨줬다. '선진국이라더니 별것 없네'라며 우습게 보기도 하고, 질서정연했던 한국 사회의 모습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의견도 꽤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전국을 휩쓸었던 'K방역' 신드롬은 이후 극심한 의견 대립과 갈등을 낳았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도 있었던 일부 다른 목소리를 억압했던 결과다. 처음엔 혼란 일색이었던 다른 선진국들이 빠르게 집단 면역을 달성했던 반면 한국은 시차를 두고 터진 집단 감염 후유증으로 뒤늦게 고생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처럼 일사불란함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형태도 있다. 유능한 관료제, 깨끗한 거리 풍경 등 장점은 선진국들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3대 세습 체제의 엄격한 통제, 그리고 600만명밖에 안 되는 도시국가라는 구조적 유리함에 기인한다. 한국 정도의 덩치만 돼도 다양한 민의의 표출과 조정 과정 없이 신속하게 움직이면 코로나 방역 같은 부작용을 겪게 된다.
대부분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의도적으로 어느 정도의 혼란을 용인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시민의 자아 실현과 사회 갈등 조율이라는 상반된 목표를 조화롭게 이끌어갈 수 있게 해준다. 그러기 위해선 개인의 발언과 행동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
3년 전 대북전단금지법을 통과시킨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무드를 이어가기 위해 시민단체 의견 표출을 제약했다. 국민의 자유보다 남북 평화 분위기에 더 가치를 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번 선고를 통해 다소간의 안보 불안 요소가 있더라도 개개인 표현의 자유가 더 소중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남북 대화도, 통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길로 가는 과정은 우리 사회 내 다양한 의견에 따른 혼란을 인정하고, 결이 다른 목소리도 포용하며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헌재 선고가 일깨워준다.
[안정훈 사회부 esoterica@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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