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제약바이오 벤처 키우자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며칠 전 용인에 있는 GC녹십자 연구개발(R&D)센터를 찾았다. 지난해부터 시작돼 오픈 이노베이션 장터로 자리 잡은 '바이오 상생 교류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협회의 바이오의약품위원회가 주관한 행사장은 굴지의 제약회사 연구소장들과 바이오벤처 대표 등 참가자들로 활기가 넘쳤다. 신약 개발에 도전 중인 벤처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발표하고, 참여자들과 함께 긴 시간 토론과 네트워킹의 기회를 가졌다.
행사 취지에 걸맞게 '바이오의약품 뉴 모달리티(New Modality)'가 이번 교류회의 주제였다. '모달리티'는 의약품이 환자들의 질환을 공략하는 방법이나 약물이 약효를 나타내는 방식을 말한다. 새로운 기전을 활용해 기존에 없던 혁신적 약물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최근 산업계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교류회 현장을 지켜보면서 제약바이오 벤처들의 열정과 역동성이 진하게 전해졌다.
바이오벤처들의 공격적 행보는 산업의 희망이다. 협회가 조사해 보니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은 2018년 573개에서 2022년 1821개로 3배 이상 늘었다. 이 중 연 매출 1000억원 미만인 중소 벤처 비중이 59%에 달했다. 미국 중소 벤처의 신약 파이프라인 비중이 52%인데 이보다도 높은 수치다.
글로벌 제약 시장 분석기업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세계 신약 파이프라인의 점유율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 제약 강국인 미국과 유럽, 일본의 점유율은 줄어든 반면 우리나라와 중국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으로 미국 42%, 유럽 22%, 일본 5.3%로 이전에 비해 줄어든 데 반해 우리나라는 2015년 2%에서 5.4%로, 중국은 3%에서 12%로 크게 늘었다. 우리가 제약 산업이 앞서 발달한 일본을 근소한 차이지만 넘어섰다는 것은 시사적이다.
또 다른 글로벌 의료 시장 분석업체 이밸류에이트에서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금액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런 흐름만 보면 국내 제약바이오벤처들의 전망이 밝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벤처 생태계는 지금 매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정부의 바이오백신 펀드 조성이 난항을 겪고 있고, 민간의 벤처 투자도 급감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실력 있는 바이오벤처일수록 더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경쟁력 있는 벤처들이 우여곡절 끝에 임상시험에 돌입해도 자금난으로 연구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제약바이오벤처 대부분이 고사할 것이라는 비관적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K팝과 K컬처의 글로벌 성공은 우리 국민이 가진 창의성과 벤처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래의 먹거리이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벤처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다. 우수 제약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과 금융자금 한도 우대 등 벤처 투자 활성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우뚝 설 날을 기대한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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