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패자의 품격
지난 26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펜싱 사브르 결승전. 아시안게임 개인전 4연패 도전에 나선 구본길은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후배 오상욱을 꼭 안았다. 시상식 때도 누구보다 큰 박수를 보냈다. 5년 전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오상욱을 꺾고도 미안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던 그였다. 오상욱은 "단체전에서 (구본길에게) 꼭 금메달을 안겨주겠다"고 약속했다.
패자의 품격을 보여준 또 다른 사례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당시 태권도 선수 이대훈이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그는 8강전에서 패배했지만, 경기가 끝난 후 상대 선수의 손을 번쩍 들어주며 많은 찬사를 받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반대의 장면도 연출됐다. 테니스 국가대표 권순우는 지난 25일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세계랭킹 636위 선수에게 패배한 후 라켓을 부러질 정도로 강하게 코트에 내리쳤다. 상대 선수와의 악수도 거부했다.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그에게는 충격적인 패배였고, 상대 선수의 경기 지연에 대한 불만이 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비신사적이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까지 나서 "아쉬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국제무대이기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권순우는 태국 선수단 훈련장에 찾아가서 상대에게 사과하고, 대한체육회를 통해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한국이 금메달을 차지한 남자 10m 러닝타깃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북한 선수들은 시상식에서 한국 선수들과의 촬영을 거부했고, 유도 남자 73㎏ 이하급 16강전에서 한국 선수에게 이긴 북한의 김철광도 악수를 거부하고 돌아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는 것은 물론 결과에 승복하고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 스포츠맨십이다. 선수들이 남은 경기에서 스포츠 정신과 우정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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