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반도체, 중국서 출구전략 마련할 때

2023. 9. 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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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미국 상무부가 9월 22일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 최종안을 공개했다.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수급 시점으로부터 10년간 중국 내 생산 능력을 첨단 반도체 5%, 28nm(나노미터) 이전 구형 세대 10% 미만으로만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중국 내의 반도체 공장은 사실상 현상 유지만 하라는 것이다.

업계는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기술개발을 통해 집적도를 높이면 동일한 웨이퍼에서도 의미 있는 수준의 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당연히 기술적인 역량을 모두 동원해 대응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러나 미국이 앞으로도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수단으로 반도체를 십분 활용할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게다가 미국이 전폭 지원하고 있는 자국 기업 마이크론(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3위)은 우리나라의 삼성, SK하이닉스와 달리 중국 내에서는 생산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중국 내 우리 기업의 반도체 공장에 대한 제재는 미국이 중국 압박을 강화하고자 할 때 언제든지 가장 손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다.

이번 가드레일 확정안이 당장의 중국 생산 철수를 요구하는 수준은 아니다. 그렇기에 한숨 돌렸다는 등, 일각의 반응이 지금은 맞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에서 전체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공장과 다롄공장에서 전체 D램의 40%와 낸드플래시의 20%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높은 중국 생산 의존도를 유지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새로운 제재가 나올 때마다 분주하게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되지 않는다.

언제까지 우리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대중 전략에 따라 당장에라도 중국 생산 공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끌어안고 가야만 하겠는가. 게다가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칼끝이 K-반도체를 겨누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데, 그 때 중국 내 우리 기업의 반도체 공장이 가장 큰 약점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공장을 운영하면서 받게 될 제약이 가드레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 내 공장은 이번 발표된 가드레일에 더해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라는 이중의 제약을 계속 받게 된다. 예를 들면, 가드레일 조항에서는 문제가 없는 시설 업그레이드라 하더라도,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에 따라 장비 반입이 차단되는 상황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의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임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중국 공장에 대한 업그레이드는 계속 하되, 신규 공장은 한국을 중심으로 건설하면서 중국 생산 비중을 서서히 줄여가야 한다. 물론 우리 기업들이 중국 생산 비중을 낮추는 과정에서 원가 경쟁력 하락 등의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이고 또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보인다.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점진적인 중국 비중 축소와 우리의 기술 및 원가 경쟁력 강화를 병행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K-반도체 산업 앞에 놓인 반도체 패권 경쟁이라는 큰 파고 앞에 과제가 하나 더 얹어진 셈이다. 지금 우리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기술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파운드리에서 대만을 추격하려 하고 있으나 쉽게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주도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메모리의 리더십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삼성·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의 기술 격차가 점차 축소되는 추세인데다가 마이크론은 중국 생산도 없기 때문에 우리 기업은 원가 경쟁력 우위까지 상실할 위험에 처했다. 잘못하다가는 중국 비중 감소가 마이크론의 추격을 허용하는 빌미가 될지도 모른다.

‘초격차’를 믿고 자신감을 갖기에는 우리 위치가 너무나도 위태롭다. 우리 기업들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어느 때보다 몸을 낮추어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전장에 나아가 잘 싸울 수 있도록 정부 역시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중국 내 생산량을 국내로 흡수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현재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산단 조성의 속도감을 올려야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인프라 구축 등에 따른 지자체 간 갈등 해결 등 특화단지 조성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 현재 2026년 말로 예정된 착공을 하루라도 앞당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한국 내 생산이 미국의 마이크론을 비롯해 일본과 대만의 메모리 공장보다 원가 경쟁력을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특화단지 조성 및 운영에 필요한 비용에 대해 경쟁국 수준으로 보조금·세제혜택을 높이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강화된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담은 ‘K-칩스법 시즌2’를 발의할 예정이다. ‘K-칩스법 시즌2’는 특화단지 조성 과정의 애로를 해결해줌으로써, 우리 반도체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정 산업 밀어주기라는 등 정치권의 여전한 저항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열과 성을 다해 설명하고 설득하려 한다. 반도체 기술패권을 넘겨주는 순간, 대한민국은 전쟁의 위험에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노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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