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데이터가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백승현 2023. 9. 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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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은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도 대표적인 모습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많은 산업에서 그리고 많은 조직에서 디지털화를 준비하고 있다.

HR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HR Analytics와 같이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화 움직임이 그 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선진화된 HRIS(인사정보시스템)를 도입하거나 AI, 머신러닝과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인력을 관리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나 기술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HR 디지털화, HR Analytics는 바로 구현되지 않는다. 최근 딜로이트에서 실시한 한 글로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HR 시스템이 부적절하거나 겨우 사용 가능한 정도라고 답했다. 많은 기업들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인사관리를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조사에서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은 것은 분석, 리포팅에 있어서 HR 데이터의 통합성에 문제가 있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HR 디지털화를 구현하기 위한 HR 데이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HR 데이터라 함은 회사 내에서 채용, 육성, 평가, 보상, 경력개발 등의 인재관리 프로세스 안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들을 의미한다. 연말 평가 등급, 부서 이동 이력, 업무 수행 이력, 기본급 수준, 성과급 지급액, 만족도 조사 결과 등 다양한 데이터들이 발생한다. 이러한 데이터들이 단순히 취합된 형태의 1차적인 정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분석되고 가공되어 새로운 정보를 창출해 내는 것이 HR 디지털화에서 추구하는 모습일 것이다. 예를 들면, 구성원별 발령 이력, 업무 수행 이력 관리에서 끝나는 형태가 아니라 어떤 신규 비즈니스를 추진하려고 하는데 적합한 경험을 보유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HR 데이터들이 분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간에 필터가 필요하다. 정보들을 검색하고 분석하는데 있어서 데이터들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인사기준정보 이다. 인사기준정보의 대표적인 것은 조직, 직무, 역량, 스킬, 지역(Location) 등이다. 조직이라는 기준 정보는 기업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 조직 별로 인력 현황을 뽑기도 하고, 인원 변경 히스토리를 분석하기도 하고, 조직별 목표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글로벌 기업에서 많이 활용하는 것 중 하나는 Location이라는 기준 정보이다. 국가마다 노동법이 다르기 때문에 Location을 통해 컴플라이언스 관리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표준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고, 유럽의 어떤 국가들은 주 35시간으로 되어 있을 수 있다. 이 때 풀타임 근무를 분석할 때 Location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조직을 기준으로, 지역을 기준으로, 직무 관점 또는 역량이나 스킬을 기준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인사기준정보의 개념이다.

인사기준정보에서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것 중 하나는 직무이다. 과거 국내에서도 직무 중심 인사라는 것이 크게 각광받으면서 많은 기업들이 직무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후 몇 년이 지났을 때의 모습은 극과 극의 형태로 나타났다. 잘 관리하고 있는 회사들은 인력관리, 평가, 보상, 경력개발 등 인사를 운영함에 있어서 직무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상당 수의 회사에서는 직무를 그저 발령관리 정보로만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직무는 구축했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직무가 인사기준정보로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위 직무체계라 함은 회사 내의 일을 분류한 체계를 의미한다. 직무를 구축하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구성원 개개인에게 부여하는 가장 작은 단위가 직무, 직무의 상위 단위로 직렬, 직렬의 상위 단위로 직군, 이렇게 3단계 형태가 일반적이다. 직무 또는 직렬 또는 직군 별 인원, 비용, 성과 등의 다양한 인사 정보를 분석하는 단위로 활용된다. 거기에 직무 별 고유 미션과 역할·책임, 해당 직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필요 요건, 역량, 지식·기술 등이 포함된 것이 광의의 직무체계 개념이다.

직무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으면, 제반 인사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직무적인 해석과 분석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성과를 평가할 때 ‘이 사람이 어떤 업무를 했는가’를 고민하게 되는데 이는 직무가 가지고 있는 수행업무와 연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역량도 직무에 필요한 역량 또는 지식·기술이 정의되어 있고,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은 역량평가를 할 때 역량 또는 지식·기술이 평가항목으로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보상 측면에서도 직무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거나 맞춤 성과급을 운영한다. 인재 확보 측면에서도 채용이 필요한 직무가 무엇인지 공고가 나가고 이에 대해 필요한 역량, 학력, 자격, 요구 경력 등의 정보가 그대로 채용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직무체계를 HR backbone으로 불리는 이유도 활용범위 때문이다. 직무체계가 전체적으로 정비되어 있고 인사 운영에 연계 활용되어 시스템에 탑재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사전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야 해당 시스템 안에 여러 가지 정보가 들어왔을 때 필터링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고 직무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직무의 하위 개념으로 스킬(지식·기술)이라는 것을 기준정보로 관리하고 있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단순히 직무 단위로만 관리하기보다는 세부 스킬까지 관리함으로써, 특정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인력을 찾는다든가, 조직 역량 측면에서 어떤 스킬을 강화해야 하는지 등의 인력 운영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한 업무를 유형화해서 기준정보로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업무를 개개인이 작성할 경우 그 표현이나 단어 등이 제각각이라 데이터 분석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업무를 미리 유형화 해두고 각각의 업무가 어떤 유형인지 태그를 달아 관리한다면, 인재를 검색하거나 선발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사기준정보라는 것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이미 조직, 직무, 역량, 업무 등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보유하고 단순 관리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이 잘 정렬되어 있는지, 활용하기에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인사기준정보가 잘 구축되어 있으면 분석 오류가 제거되어 HR 데이터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보장할 수 있다. 그리고 예측 분석을 통해 잠재적인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이를 HR 전략에 미리 반영할 수 있다. 또한 지속적인 개선 문화를 조성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제도·체계를 조정하고 프로세스를 최적화해 나갈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HR 디지털화에서 추구하는 것처럼 HR이 보다 광범위하게 비즈니스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정보에 입각한 HR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것은 더 이상 단순 유행이 아니다. 그리고 보다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데이터 기반 인사를 구현하기 위해 직무체계, 스킬 등과 같은 기준 정보를 구축하고 정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다만, 인사기준정보는 불변의 값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관리가 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제반 인사 영역에 활용되는 연계 모델이 잘 구축되어 있어야 HR 디지털화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현재 조직에서 보다 효율적인 인사 운영을 위해 HR 디지털화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조직 내 인사기준정보들이 잘 정비되어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김태형 MERCER Korea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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