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워터멜론’ 최현욱-려운 동갑내기 부자의 청춘나기 기대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9. 2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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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나 음악이 하고 싶어. 노래가 좋아. 무대가 좋아...더는 아빠 트로피로 살기 싫어. 난 통역사가 아냐. 화재경보기도, 천사도 아냐. 난 그냥 나야.”

tvN 월화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극본 진수완, 연출 손정현)의 하은결(려운 분)이 삭이고 묵혔던 제 속내를 드러냈다.

은결은 농인(청각에 장애가 있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 가정의 유일한 청인이다. 엄마(서영희 분), 아빠(최원영 분), 형 은호(봉재현 분)까지 모두가 농인인 탓에 말을 떼고부터는 가족들의 전담 통역사로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공부 잘하고 품성 바른 고교생으로 성장, 아빠 하이찬의 자랑이 되었다.

아빠는 말했었다. “신이 있긴 정말 있나봐. 나한테 소리를 뺏어가는 대신 너하고 은호를 선물로 주셨어.” 아빠가 느끼는 그런 자부심은 온전히 은결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가족의 믿음’이란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은 은결에게 나이를 웃자란 어른스러움을 강요해 왔던 셈이다. 그런 부담을 덜어준 것이 음악이었다.

농인의 아들이란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던 어린 시절 만난 비바 할아버지(천호진 분)가 그에게 기타를 알려주었다. 은결은 기타를 통해 세상에 말을 거는 법을 배우면서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그 날, 비바 할아버지가 은결이 눈독 들였던 기타를 걸고 내준 숙제를 완성한 날, 비극은 찾아왔다. 은결은 앓아누운 형 은호를 두고 숙제 검사를 받으러 잠시 집을 나섰다. 하지만 비바 할아버지의 가게는 문이 닫힌 채였고 그 안에서 할아버지는 쓰러져 있었다. 하릴없이 되돌아와보니 집은 불타고 있었다. 은호는 구조돼 병원으로 후송됐고 아버지 이찬은 사라진 은결을 찾기 위해 불타는 집안으로 뛰어들었다가 그을음 범벅이 되어 구조되었다. 그렇게 세든 집을 떠나며 은결은 숨구멍이었던 기타를 버렸다. 그리고 인사차 찾은 비바 할아버지 가게에는 근조등이 걸려있었다.

그렇게 결별한 음악에 대한 갈증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고 결국 은결은 마스크맨이 되어 거리공연에 나선다. 그리고 은결의 퍼포먼스에 감동한 밴드 스파인9의 기타리스트로 합류하게 되고 한국 밴드 계의 대부 윤동진(윤도현 분)의 서포트 밴드를 결정짓는 공연에 나섰다가 아버지 이찬을 마주하게 된다.

아버지는 음악에 대한 은결의 열망을 그 나이대의 단순한 일탈로 치부했다. 은결은 그런 아버지를 향해 18년 동안 꼭꼭 감춰두었던 속내를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그렇게 뛰쳐나왔지만 사랑하는 가족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던 은결, 비바 할아버지가 남겨준 기타를 부숨으로써 음악과 다시 한번 결별하려는 순간 자신의 그림자가 분리되는 신기한 현상을 마주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이 2개나 떠있었고 본 적 없던 악기점 ‘라 비다’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비바 할아버지의 기타를 파는 은결. 묘한 분위기의 가게 마스터(정상훈 분)는 전표를 건네주며 잃어버리지 말 것을 당부했고 ‘라 비다’를 나온 순간 은결은 자신이 1995년 4월의 어느 날에 도착한 사실에 경악한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윤동진씨?”하고 물어오는 낯선 고교생. 그 가슴엔 ‘하이찬’(최현욱 분)이라 적힌 명찰이 선연하다. 아빠였다. 그리고 선천적 농아인줄 알았던 그 아빠는 말을 하고 있었다.

드라마는 청춘을 이야기 한다. 청춘이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을 의미하며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친 인생의 젊은 나이를 지칭한다.

우보 민태원은 그의 수필 ‘청춘예찬’에서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찬양했다.

작가도 기획의도에서 밝혔다. “고단하고 우울하고 불안한 청춘들이여,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다만 “날고 싶을 때, 날아오를 수 있을 만큼만, 기어이 날아라”고 당부한다.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이 이끄는 대로 닥치는대로 세상 한번 살아보며 인생의 보석같은 가치를 찾아보라는 권유다.

동갑의 나이가 되어버린 아빠 하이찬과 함께하는 은결의 청춘나기. 레트로 감성 물씬한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두 부자의 좌충우돌이 제법 유쾌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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