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live] ‘Suwon Die’ 추모 공간이 된 팬 샵...곳곳에서 느껴지는 수원 팬들의 슬픔과 분노

김환 기자 2023. 9. 2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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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환 기자

[포포투=김환(수원)]


수원 삼성의 팬 샵은 추모 공간으로 바뀌었다.


수원은 26일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고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라며 김병수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남은 7경기는 플레잉 코치로 뛰던 염기훈이 감독 대행으로 이끌 예정이다.


오동석 단장은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죄송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뼈저린 악몽을 경험했음에도 올시즌 최하위의 수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두 명의 감독이 팀을 떠나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했다. 구단은 현 상황을 직시하고 앞으로 남은 7경기 동안 반전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검토한 결과 감독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라며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지난 5월 4일 소방수로 부임한 김병수 감독은 부임 직후 치른 전북 현대전에서 패배했지만 이어진 강원FC 원정에서 부임 후 첫 승을 거뒀다. 이후 5경기에서 울산 현대전 승리를 포함해 2승 3무를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렸지만, 최근 다시 연패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그사이 수원은 강원에 11위 자리를 내줬다. 승점 차는 3점으로 벌어졌다. 결국 김병수 감독은 시즌 도중 수원을 떠났다.


수원 팬들은 분노했다. 강등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와중 팀을 떠난 김병수 감독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화살은 구단 프런트로 향했다. 오동석 단장의 입장문이 올라온 수원의 공식 SNS 게시글에는 구단 프런트를 향한 팬들의 분노가 가득한 댓글이 넘쳐났다. 일부 팬들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 근조화환을 보냈고, 직접 방문해 걸개를 걸거나 국화를 놓고 오는 등 행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김환 기자
사진=김환 기자

팬들의 분노와 슬픔을 확인하기 위해 27일 오전 수원월드컵경기장, 빅버드를 방문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수원의 팬 샵 앞 한켠에 있는 ‘Suwon till I Die’ 걸개, 그리고 한 팬이 걸어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수원의 홈 유니폼이었다.


‘Suwon till I Die’는 죽을 때까지 수원을 응원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시즌 수원 팬들을 대표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수원은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올해도 강등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아직 7경기가 남아 있지만 현재 순위가 유지된다면 수원은 창단 이후 최초 강등이라는 슬픔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수원 팬들은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수원을 응원하겠다며 시즌 내내 팀을 지지하고 있다.


사진=김환 기자

하지만 걸개의 문구 중 till과 I에는 X 표시가 쳐졌다. 죽을 때까지 수원을 응원하겠다는 팬들의 마음이 담긴 문구가 ‘Suwon Die’, 즉 ‘수원은 죽었다’라는 의미로 바뀐 것이다. 아래 걸린 유니폼에는 검은색 매직으로 쓰인 ‘우리의 청춘과 낭만을 짓밟지 마라’는 문구가 있었다.


걸개와 유니폼 밑에는 분향소에서나 볼 법한 향과 국화, 수원의 머플러 등이 놓였다. 제기와 초, 향, 사과, 배 등도 있었다. 수원 팬들의 축구 성지나 다름없는 빅버드는 추모 공간으로 바뀌었다. 곳곳에서 수원 팬들의 분노와 슬픔을 볼 수 있는 추모 공간 같았다.


사진=김환 기자
사진=김환 기자

그 장소가 수원 팬들이 오랜 기간 열길 기다렸던 구단 공식 팬 샵이기에 더욱 씁쓸해 보였다. 수원의 팬 샵에는 경질된 김병수 감독을 비롯한 수원 선수단의 사진이 붙어 있다. 김병수 감독의 사진이 있는 곳에는 팬들이 메모지와 스케치북 등을 활용해 적은 메시지가 있었고, 몇 송이의 꽃들이 놓여 있었다. 선수들의 사진에는 구단 프런트를 저격하는 문구들이 붙었다. 마치 선수들이 종이를 들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마지막으로 그 앞 바닥에는 팬들이 썼던 ‘병수 언제나 우린 너와 함께 해’라는 문구가 적힌 걸개가 있었다. 팀을 떠났더라도 끝까지 김병수 감독을 응원하겠다는 수원 팬들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걸개다. 분노와 슬픔이 가득 찬 팬들이 다녀간 흔적이 가득한 수원의 팬 샵 앞은 가을비가 흩뿌리는 조금은 쌀쌀한 날씨 속에서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다.


사진=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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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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