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 감독님, 뼈 부러진 사람끼리 뼈 때리는 얘기 하쟀더니 왜 웃질 못해요[스경연예연구소]

이다원 기자 2023. 9. 2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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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를 연출한 정태원 감독 겸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제공|태원엔터테인먼트



하필이면 발목에 금이 갔다. 반깁스에 목발까지 짚어야하는 신세라, 추석 대목을 노리던 영화들의 인터뷰를 줄줄이 취소했다. 비까지 줄기차게 내리던 26일은 특히나 한 손엔 우산을, 양 어깨엔 목발을 짚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을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자신이 없어졌다.

요청한 모든 인터뷰가 취소됐다. 단 하나,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 정태원, 정용기 감독 인터뷰만 빼고. 이유는 하나였다. 감독들이 직접 만나 ‘편파적인 씨네리뷰’를 쓴 기자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굳이 왔으면 좋겠다고 하니 원하신다면야, 빗속을 뚫고 인터뷰 장소로 향했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 속 김수미. 오로지 그의 부탁으로 이번 영화가 탄생했다고.



26일 ‘스포츠경향’이 만난 정용기 감독은 아무 표정이 없었다. 담담했다. 그런데 정태원 감독은 자리에 없었다. 조금 늦겠다는 전갈을 받았다. 인터뷰가 시작되고도 15분 뒤 정체 모를 서류 뭉치들을 챙겨 나타난 정태원 감독이 자리에 앉았다. 머쓱한 분위기에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정태원 감독이 갈비뼈를 다쳤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오셨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노트북 옆에 초라하게 놓인 목발 1족이 보였다. 그 아래로 반깁스를 한 탓에 빗물에 조금 젖은 양말도 눈에 들어왔다. 인터뷰장에 5분 일찍 도착한 덕에 받은 ‘훈장’이었다. 그래, 뭐. 어차피 똑같이 다친 처지니 농담이나 건넬까 싶어 “그럼 뼈 부러진 사람끼리 뼈 때리는 얘기 한 번 해볼까요?”라고 했더니, 정태원 감독의 ‘급정색’만이 돌아왔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언론배급시사회 때부터 혹평이 쏟아졌다. 2002년 ‘가문의 영광’ 시나리오를 조금만 바꿔 찍어낸 터라 시대와 동떨어진 코믹 장치, 성인지감수성 등이 문제라고 지적받았다. 게다가 두달만에 찍고 추석 대목에 개봉한 거라 그 퀄리티까지 의심받았다. 대체 왜 이걸 찍었는지 묻자 정태원 감독은 “김수미가 죽기 전 소원이라고 3년이나 부탁하고 얘길해서 그것 하나 때문에 찍었다”고 답했다. 손익분기점 100만명인 상업영화의 제작 이유 치고 지극히 사적이라고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었겠지.

영화 한 장면.



정태원 감독은 “짧은 기간내 완성해야해서 시나리오도 새로 쓸 시간이 없었다. 1편 시나리오가 가장 괜찮아 그걸 리부트했고, 김수미가 스토리에 많이 관여했다. 사회 이슈를 넣고 싶어했고 마약문제에 대해 어른으로서 한마디 하고 싶다고 해 ‘얏빠리’(추성훈)가 등장하게 됐다. 김수미가 나온 부분은 본인이 직접 다 쓴 것”이라며 시나리오가 바뀐 과정도 상세히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후반 작업에서 모 대학 영화과 친구들과 젊은 영화관계자들 위주로 5번에 걸쳐 시사를 했으며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영화를 다 고쳤다고도 했다. 반응이 폭발적으로 좋았다며 당시 5점 만점에 3.7점이 나왔다고도 공개했다.

그래서 언론의 처참한 평가를 받아 “총살당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원래 그런 평을 받을 것 같아서 언론시사회를 하지 말자고 했단다. 어차피 관객들이 직접 돈을 써서 영화를 보면 그 리뷰도 한참 후에나 나올 텐데 뭣하러 언론시사회를 하는 바람에 총살을 당했느냐며 정 감독은 억울해했다. “서서히 죽어가는 게 총살당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기자의 말엔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화살은 ‘편파적인 씨네리뷰’를 쓴 기자를 향했다. 무딘 촉을 억지로 갈아온 듯 “당신은 영화의 미덕을 하나라도 언급해줄 여유가 없느냐”며 연로하신 김수미 선생의 고군분투, 윤현민 유라의 발견 등 정 감독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미덕을 줄줄이 늘어놨다. 기사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고 말해봤자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여유는 감독님이 필요할 것 같다. 화만 낼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더니, 역시나 정색한 표정만 돌아왔다.

어색한 정적을 깨고 정 감독이 떠올린 건 ‘가문의 영광: 리턴즈’ 호평 댓글 읽기. 갑자기 휴대전화로 포털사이트 영화 관객평에 들어가더니 “좋아요” “재밌어요”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등을 읽어내렸다. 그러다가 기어코 “전 재밌었어요. 친구는 기대가 커서 실망스럽다고 했지만, 전 기대가 없어서 나름 볼 만 했어요”는 댓글까지 읽어버렸다. 고요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정 감독은 휴대전화를 접었다.

인터뷰 50분에서 그의 지각으로 남은 35분이 이렇게 흘렀다. 나머지 시간엔 3.7점을 받았다는 모니터링 서류 뭉치를 기자 앞에 들이밀었다. 굳이 볼 필요는 없었다. 이어 이를 위해 목발을 짚은 채 삼청동까지 온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보다도, 리뷰보다도 재밌는 촌극. 그래도 교훈 하나는 얻었다.

이래서 영화는 현실을 이길 수 없구나.

※인터뷰 후기가 먼저 나왔습니다. 곧 나올 [편파적인 디렉터스뷰]에서 ‘가문의 영광: 리턴즈’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정태원, 정용기 감독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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