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 감독님, 뼈 부러진 사람끼리 뼈 때리는 얘기 하쟀더니 왜 웃질 못해요[스경연예연구소]

하필이면 발목에 금이 갔다. 반깁스에 목발까지 짚어야하는 신세라, 추석 대목을 노리던 영화들의 인터뷰를 줄줄이 취소했다. 비까지 줄기차게 내리던 26일은 특히나 한 손엔 우산을, 양 어깨엔 목발을 짚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을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자신이 없어졌다.
요청한 모든 인터뷰가 취소됐다. 단 하나,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 정태원, 정용기 감독 인터뷰만 빼고. 이유는 하나였다. 감독들이 직접 만나 ‘편파적인 씨네리뷰’를 쓴 기자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굳이 왔으면 좋겠다고 하니 원하신다면야, 빗속을 뚫고 인터뷰 장소로 향했다.

26일 ‘스포츠경향’이 만난 정용기 감독은 아무 표정이 없었다. 담담했다. 그런데 정태원 감독은 자리에 없었다. 조금 늦겠다는 전갈을 받았다. 인터뷰가 시작되고도 15분 뒤 정체 모를 서류 뭉치들을 챙겨 나타난 정태원 감독이 자리에 앉았다. 머쓱한 분위기에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정태원 감독이 갈비뼈를 다쳤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오셨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노트북 옆에 초라하게 놓인 목발 1족이 보였다. 그 아래로 반깁스를 한 탓에 빗물에 조금 젖은 양말도 눈에 들어왔다. 인터뷰장에 5분 일찍 도착한 덕에 받은 ‘훈장’이었다. 그래, 뭐. 어차피 똑같이 다친 처지니 농담이나 건넬까 싶어 “그럼 뼈 부러진 사람끼리 뼈 때리는 얘기 한 번 해볼까요?”라고 했더니, 정태원 감독의 ‘급정색’만이 돌아왔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언론배급시사회 때부터 혹평이 쏟아졌다. 2002년 ‘가문의 영광’ 시나리오를 조금만 바꿔 찍어낸 터라 시대와 동떨어진 코믹 장치, 성인지감수성 등이 문제라고 지적받았다. 게다가 두달만에 찍고 추석 대목에 개봉한 거라 그 퀄리티까지 의심받았다. 대체 왜 이걸 찍었는지 묻자 정태원 감독은 “김수미가 죽기 전 소원이라고 3년이나 부탁하고 얘길해서 그것 하나 때문에 찍었다”고 답했다. 손익분기점 100만명인 상업영화의 제작 이유 치고 지극히 사적이라고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었겠지.

정태원 감독은 “짧은 기간내 완성해야해서 시나리오도 새로 쓸 시간이 없었다. 1편 시나리오가 가장 괜찮아 그걸 리부트했고, 김수미가 스토리에 많이 관여했다. 사회 이슈를 넣고 싶어했고 마약문제에 대해 어른으로서 한마디 하고 싶다고 해 ‘얏빠리’(추성훈)가 등장하게 됐다. 김수미가 나온 부분은 본인이 직접 다 쓴 것”이라며 시나리오가 바뀐 과정도 상세히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후반 작업에서 모 대학 영화과 친구들과 젊은 영화관계자들 위주로 5번에 걸쳐 시사를 했으며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영화를 다 고쳤다고도 했다. 반응이 폭발적으로 좋았다며 당시 5점 만점에 3.7점이 나왔다고도 공개했다.
그래서 언론의 처참한 평가를 받아 “총살당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원래 그런 평을 받을 것 같아서 언론시사회를 하지 말자고 했단다. 어차피 관객들이 직접 돈을 써서 영화를 보면 그 리뷰도 한참 후에나 나올 텐데 뭣하러 언론시사회를 하는 바람에 총살을 당했느냐며 정 감독은 억울해했다. “서서히 죽어가는 게 총살당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기자의 말엔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화살은 ‘편파적인 씨네리뷰’를 쓴 기자를 향했다. 무딘 촉을 억지로 갈아온 듯 “당신은 영화의 미덕을 하나라도 언급해줄 여유가 없느냐”며 연로하신 김수미 선생의 고군분투, 윤현민 유라의 발견 등 정 감독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미덕을 줄줄이 늘어놨다. 기사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고 말해봤자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여유는 감독님이 필요할 것 같다. 화만 낼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더니, 역시나 정색한 표정만 돌아왔다.
어색한 정적을 깨고 정 감독이 떠올린 건 ‘가문의 영광: 리턴즈’ 호평 댓글 읽기. 갑자기 휴대전화로 포털사이트 영화 관객평에 들어가더니 “좋아요” “재밌어요”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등을 읽어내렸다. 그러다가 기어코 “전 재밌었어요. 친구는 기대가 커서 실망스럽다고 했지만, 전 기대가 없어서 나름 볼 만 했어요”는 댓글까지 읽어버렸다. 고요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정 감독은 휴대전화를 접었다.
인터뷰 50분에서 그의 지각으로 남은 35분이 이렇게 흘렀다. 나머지 시간엔 3.7점을 받았다는 모니터링 서류 뭉치를 기자 앞에 들이밀었다. 굳이 볼 필요는 없었다. 이어 이를 위해 목발을 짚은 채 삼청동까지 온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보다도, 리뷰보다도 재밌는 촌극. 그래도 교훈 하나는 얻었다.
이래서 영화는 현실을 이길 수 없구나.
※인터뷰 후기가 먼저 나왔습니다. 곧 나올 [편파적인 디렉터스뷰]에서 ‘가문의 영광: 리턴즈’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정태원, 정용기 감독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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