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를 3부리그에 쓰긴 아깝지…'로테이션' 뮌헨, DFB포칼 1라운드 '4-0 완승'
[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바이에른 뮌헨이 컵 대회에서 파격적인 로테이션을 결정했다. 한 수 아래 팀과 대결이라, 다가올 리그 일정을 대비해 힘을 뺐다. 핵심 선수 김민재도 오랜만에 휴식을 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27일(한국시간) 독일 뮌스터 프로이센 슈타디온에서 열린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DFB) 포칼' 1라운드 프로이센 뮌스터전에서 4-0으로 이겼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뮌스터전을 앞두고 파격적인 라인업을 꺼냈다. 중앙 수비를 한 명도 쓰지 않았다. 보훔전에서 풀타임을 뛴 김민재를 포함해 다욧 우파메카노, 마티아스 더 리흐트를 모두 명단에서 제외했다.
포백 기반에 운영은 그대로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에릭 막심-추포 모팅, 마티스 텔, 세르주 그나브리, 자말 무시알라, 킹슬리 코망이 상대 골망을 노렸고, 허리에서 조슈아 키미히가 공수를 조율했다. 수비는 알폰소 데이비스, 레온 고레츠카, 누사르 마즈라위, 콘라드 라이머였고, 다니엘 페레츠가 바이에른 뮌헨 골문을 지켰다.
투헬 감독은 이미 김민재를 선발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독일 유력지 '빌트'는 "DFB 포칼을 앞두고 바이에른 뮌헨 수비에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투헬 감독은 뮌스터전을 대비한 최종 훈련에서 중앙 수비 모두를 제외했다. 파악한 바에 따르면, 김민재는 뮌스터전 원정에 함께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주전급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한 투헬 감독에게 선택지가 없는 건 아니었다. 20세 유망주 타렉 부흐만과 루카 덴크를 DFB 포칼 1라운드 최종 훈련에서 점검했지만, 중앙 수비 없이 경기를 하기로 판단했다. 조직력으로 중앙 수비 공백을 메워보려는 판단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위에 있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킥오프 휘슬이 울린 이후 9분 만에 추포-모팅이 골망을 뒤흔들며 리드를 잡았다. 전반 11분 그나브리 부상으로 예기치 않은 교체를 했지만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았던 이들은 전반 40분 라이머가 고레츠카 크로스를 머리로 밀어 넣어 추가골을 넣었다. 전반 종료 직전 크라치가 키미히의 패스를 받고 득점해 스코어 차이를 더 벌렸다.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전에도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점수 차이가 벌어진 만큼, 여유로운 경기 운영을 했다. 코망이 골키퍼까지 제치고 슈팅을 시도했는데 득점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에 공격도 날카로웠지만 추가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투헬 감독은 데이비스, 키미히, 라이머를 빼고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하파엘 게레이루, 부나 사르, 후쿠이 다이치를 투입해 실전 감각 유지에 힘을 썼다. 바이에른 뮌헨은 주전급 선수들이 빠져도 매서웠고, 경기 막판 골 맛을 봤다. 후반 41분 텔이 침투하는 타이밍에 맞춰 부나 사르가 패스를 전달했고, 텔은 좁은 각도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골망을 뒤흔들었다. 동력을 잃은 뮌스터는 홈에서 고개를 떨구며 바이에른 뮌헨에 승리를 내줬다.
김민재는 올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해 핵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우파메카노와 짝을 이뤄 개막전부터 팀 후방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활약했다. 김민재에게 휴식을 주고 향후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등 중요한 일정에서 더 중용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 프리시즌부터 점점 팀에 적응하며 톱 클래스 기량을 보였다. 베르더 브레멘과 개막전에서 68분 동안 뛰며 바이에른 뮌헨 전술을 익혔다. 개막전에서는 아직 동료들과 발이 맞지 않아 간혹 불안한 모습이 있었지만, 특유의 순발력과 한 발 앞을 보는 예측 플레이로 투헬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베르더 브레멘과 아우크스부르크전을 지난 이후 바이에른 뮌헨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4년 동안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했던 묀헨글라바흐에서 이겼다. 이날 김민재는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는데 공중볼, 대인 방어 등 모든 면에서 탁월한 경기력을 보였다. 바이에른 뮌헨 3연승에 김민재의 든든한 수비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아쉽게 레버쿠젠과 2-2로 비겼던 경기에서도 김민재는 돋보였다. 레버쿠젠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공격수 빅토르 보니페이스를 완벽하게 막으면서 무력하게 했다. 보니페이스의 슈팅을 몸으로 막아내기도 했고, 민첩한 움직임으로 레버쿠젠 패스 줄기를 끊었다. 레버쿠젠전에서 패스 성공률 91%, 클리어링 3회, 슛 블록 2회, 태클 성공 2회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능력을 보였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민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패스 성공 97회, 클리어링 6회, 공 소유권 회복 7회, 공중 볼 경합 성공률 100% 등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이후 이어진 분데스리가 일정 보훔전에서도 핵심 중앙 수비라는 걸 증명했다. 이날 패스 성공 76회, 패스 성공률 94%, 클리어링 10회 등 단단한 수비력을 증명했다.
김민재는 베이징 궈안을 거쳐 페네르바체에서 유럽 무대에 도전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등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던 그는 단숨에 튀르키예(터키)를 넘어 유럽의 관심을 받았다. 페네르바체 이적 한 시즌 만에 러브콜이 쏟아졌고, 유럽5대리그 중 한 팀인 나폴리 이적을 선택했다.
나폴리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완벽하게 적응했다.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예측 수비에 짧고 긴 정확한 패스로 나폴리 후방 빌드업을 이끌었다. 기회가 생기면 풀백 진영까지 전진해 나폴리 공격을 돕기도 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리버풀 등을 만나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다.
빅터 오시멘,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등과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며 33년 만에 나폴리의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이끌었다. 나폴리와 3+2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번에도 이적 한 시즌 만에 유럽 최고의 팀 러브콜을 받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연결됐지만, 최종적으로 이적한 팀은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7월 1일부터 15일까지 한시적으로 설정된 김민재 바이아웃 조항을 발동했다. 아시아 역대 최고 이적료인 5천만 유로(약 709억 원)를 과감하게 지불하면서 김민재에게 진심을 보였다.
나폴리 공식 페이지를 통해서도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나폴리는 오는 7월 25일까지 프리시즌 일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프리시즌 26인 명단에 김민재는 없었다. 빅터 오시멘과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는 추후에 합류할 예정이다.
'빌트'를 포함한 독일 매체들에 따르면, 바이에른 뮌헨의 바이아웃 지불 등 모든 과정이 끝났지만, 나폴리 쪽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한 거로 알려졌다. 김민재는 독일에 합류하는 대신에 일본과 싱가포르를 포함한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부터 동행할 것으로 보였다.
김민재는 지난 6월 병역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혜택을 받았고, 논산육군훈련소에서 3주동안 기초 군사훈련을 받았다.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동안, 많은 이적설이 있었다. 육군훈련소에 입소 전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강하게 연결됐지만, 바이에른 뮌헨이 치고 들어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새로운 구단주 협상과 해리 매과이어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김민재에게 강하게 러브콜을 보내지 못했고, 바이에른 뮌헨이 김민재에게 접근했다.
유럽이적시장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가 'HERE WE GO'를 띄우면서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이 사실상 확정됐다.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하고 퇴소를 해 마지막 절차를 밟았다. 바이에른 뮌헨은 한국으로 직접 날아와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김민재를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존 수비 자원이었던 뤼카 에르난데스를 파리 생제르맹으로 보냈다. 바이에른 뮌헨의 진심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투헬 감독은 프리시즌 대비 공식 기자회견에서 "뤼카 에르난데스를 대체하고 싶고 누가 오는지 더는 비밀이 아니다"라며 김민재를 간접적으로 말했다.
이어 "직접적으로 말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확실한 이름을 말하지 않겠다. 우리는 앞으로 며칠 안에 (김민재 영입을) 발표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이것은 김민재다. 바이아웃 조항은 발동됐고, 메디컬 테스트도 끝났다"라며 공식발표만 남았음을 알렸다.
나폴리 루디 가르시아 신임 감독도 김민재와 작별을 인정했다. 그는 프리시즌 구상을 말하면서 "김민재가 떠난다는 걸 알고 있다. 정말 슬프지만 우리의 모든 스타 선수를 지키길 원한다. 빅터 오시멘은 나폴리에 잔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민재 이적에 쐐기를 박았다.
바이에른 뮌헨 이적을 확정한 김민재 목표도 남달랐다. 김민재는 "뮌헨은 모든 축구 선수가 꿈꾸는 팀이다. 그래서 이적을 결심했다. 일단 경기에 뛰는 게 목표다. 더 나아가서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우승하고 싶다. 리그, 컵대회에서 모두 우승해 트레블도 달성하고 싶다"라며 포부를 말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는 크고, 빠르며 아주 믿음직스러운 수비수다. 그의 경력은 정말 독특하다. 자신의 능력을 계속해서 증명했다는 걸 보여준다. 김민재가 뮌헨으로 입단해 행복하다. 여러 차례 영상통화를 했다. 김민재는 진정한 남자다. 당장 활약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김민재를 향한 애정은 바이에른 뮌헨이 공개한 영상에서도 알 수 있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가 훈련장에 도착하자 격하게 포옹하며 바이에른 뮌헨 합류를 알렸다. 활짝 웃으며 다가와 볼을 쓰다듬으며 싱글벙글한 모습이었다.
영상을 본 바이에른 뮌헨 팬 반응도 인상적이었다. 팬들은 "투헬 감독이 김민재를 데려와서 정말 감사하다", "정말 흥분되는 순간이다. 김민재는 올시즌 바이에른 뮌헨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 넣을 것"이라고 감격했다.
다른 팬은 "김민재가 더 리흐트와 듀오를 맞춘다. 앞으로 6~7년 동안 유럽 최고의 중앙 수비 듀오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경기를 볼 필요도 없다. 그들은 확실한 수비수"라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어 "팀에 인성이 좋은 선수들이 중요한데 김민재는 그런 선수"라고 칭찬했다.
발롱도르 주관사 '프랑스 풋볼'은 7일 공식 페이지를 통해 발롱도르 후보를 발표했다. '2023 발롱도르' 후보에는 김민재가 있었다. 김민재와 지난 시즌에 한솥밥을 먹었던 나폴리 동료 크바라츠헬리아, 오시멘과 바이에른 뮌헨 동료 해리 케인, 자말 무시알라를 포함해 주드 벨링엄, 킬리안 음바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발롱도르 경쟁에 열을 올렸다.
발롱도르는 '프랑스 풋볼'이 창설했다. 지난 1956년부터 진행됐고,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한동안 유럽 국적 선수로 한정됐지만, 2007년부터 국적과 소속 클럽 상관없이 전 세계 선수를 대상으로 바뀌게 됐다.
선정 기자단에 변화도 있었다. 최초 16개국(유럽 심사위원단)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진출 경험이 있는 기자단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지난해 발롱도르는 170명이 평가한 거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시기에 변화가 있었는데, 기존 1~12월까지 기준이 아닌 시즌제 평가로 변경됐다.
한국 선수로서는 5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2002년 안더레흐트(벨기에)의 설기현,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박지성, 2019년과 2022년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손흥민이 후보로 선정됐다. 수비수 포지션에 아시아로 범위를 넓히면 김민재는 역대 최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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