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수교 나선 사우디… 30년만에 팔레스타인에 사절 파견

이-팔 정부 인사와 잇단 회견
“팔, 독립국가 수립 위해 노력”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를 논의 중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의 점령지인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 30년 만에 외교 대표단을 파견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 장관급 인사의 사상 첫 사우디 공식 방문도 이뤄져, 사우디가 자국의 경제·안보 등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예프 알수다이리 주요르단 사우디대사가 이끄는 대표단은 요르단에서 육로를 통해 서안 지구 중심도시 라말라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팔레스타인의 자치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간의 1993년 오슬로 협정 체결 이후 30년 만이다. 지난달 비상주 팔레스타인 대사와 예루살렘 총영사 겸임 발령을 받은 수다이리 대사는 이날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예방하고 신임장을 제정했다. 수다이리 대사는 리야드 알말리키 외교장관 등 자치정부 고위 인사들과도 만났다. 그는 “사우디는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을 위해 일하고 있다”면서 “다음 만남은 예루살렘에서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며 예루살렘에 영사관 개설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이날 방문은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수교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수다이리 대사는 이날 이스라엘과 수교 조건으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건립을 제시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 장관급으로 사우디를 처음 방문한 하임 카츠 관광부 장관은 “이스라엘의 외교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