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앞두고 도시 정비 나선 프랑스···파리 밖으로 내쫓긴 노숙인

프랑스 노숙인. EPA·연합뉴스

[서울경제]

2024 파리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프랑스가 도시 정비에 나서면서 노숙자들이 곤경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가 지난 수개월간 수도 파리의 노숙자들을 다른 도시로 이송했다고 보도했다. 내년 7~8월에 열리는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 중 하나라는 게 현지 NGO와 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매주 노숙인 50∼150명이 파리를 떠나 프랑스 10개 지역으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노숙인 총 1800명이 파리 외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프랑스 정부는 집계했다. 이들 대부분은 이주민 출신이다.

노숙인 임시 거처로 배정된 호텔 방도 줄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도권 일드프랑스 지역에서는 노숙인 약 5만 명이 호텔 임시 숙소를 이용했으나 올해 들어 객실 최소 5000곳이 사용 불가능해졌다고 CNN은 전했다.

앞서 프랑스 호텔들은 그동안 정부와 계약을 맺고 노숙인들에게 밤마다 객실을 제공해 온 바 있다. 그러나 호텔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해당 계약을 취소하면서 노숙인 임시 거처가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노숙인이 대규모로 파리 외 지역에 몰리고 있지만 후속 대처 방안은 미비한 실정이다. 난민 지원 단체인 '유토피아 56'은 일부 지역 임시대피소는 최대 3주 동안만 머물 수 있고, 모든 노숙인이 주택이나 일자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짚었다. 따라서 이송된 노숙인의 평균 25∼30％는 결국 길거리에 다시 나앉게 된다는 지적이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노숙인 압둘라티프(29)는 "파리를 떠나야 한다고 들었지만 그러기 싫다"면서 "난 이제야 (파리에서) 전기기술자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고 호소했다.

프랑스 리옹 부시장 산드린 루넬은 "올림픽은 아무 생각 없이, 각 도시의 (노숙인) 수용 능력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이들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구실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노숙인 이송이 파리올림픽 때문만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노숙인을 위한 숙소 비용으로 매년 20억 유로(약 2조8000억 원)를 지출하고 있다"면서도 "(프랑스가) 세상의 모든 불행을 끌어안을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은미 인턴기자 savou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