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민주당 환호할 때 아니다 [핫이슈]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입력 2023. 9. 27. 10:03 수정 2023. 9. 27. 11: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야당 대표의 구속은 일단 없는 일로 끝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새벽까지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과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받아 일단 구속은 면했다. 이 대표나 친명계가 주도하는 민주당 지도부에겐 다행스런 일이지만 이를 보는 많은 국민의 시각은 착잡하다. 이 대표가 구속이 안되어서라기 보다는 그가 벌인 일로 인해 지난 대선 이후 지금까지 극심해진 정치판 혼란을 지켜보면서 국민 피로감은 극에 달해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그동안 검찰 수사를 받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등이 진행되는 동안 여야가 민생을 외면한 채 서로 치고받으며 극한 정쟁을 일삼는 모습에 국민은 좌절과 분노를 넘어 이제는 자포자기 상태다.

여야는 이번 결과를 놓고도 역시나 ‘아전인수’ 식 해석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영장 기각 직후 논평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며 “법원은 이제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여야간 대치 정국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여기서 피해를 입는 것은 정치에 신물난 우리 국민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벌써부터 친명계 인사들의 기고만장만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투표를 ‘해당(害黨) 행위’로 간주하고 징계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전날 친명계 홍익표 원내대표 당선으로 비명계 ‘찍어내기’가 더욱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구속영장 기각이 이 대표의 혐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구속이든, 불구속이든 이 대표는 법원의 심판대 앞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본인의 처신으로 인해 얼마나 국내 정치상황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고, 전 당원들이 동원돼 ‘이재명 구하기’에 나서면서 본인이 입만 열면 외쳐왔던 민생을 외면해왔는지 깨달아야 한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이 대표는 민생을 또 거론했다. 그는 “즐거워해 마땅한 추석이지만 우리 국민들의 삶은, 우리의 경제 민생의 현안은 참으로 어렵기 그지없다”며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나라 미래에 도움 되는 존재가 되기를 정부 여당에도, 정치권 모두에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본인부터 단식한다며 국회 회의석상에 있어야 할 의원들을 자신의 단식장소로 끌어들이며 얼마나 정치를 희화화했고 민생을 방해했는가. 민주당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에 환호하기 앞서 자신들이 외치는 민생을 어떻게 챙길지 추석 연휴기간 돌아보기 바란다.

Copyright©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