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장 기각으로 기사회생… ‘친명색’ 더 짙어져 가는 민주당 [뉴스+]

김승환 입력 2023. 9. 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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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왔다. 법원이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다. 현직 제1야당 대표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데 따라 이 대표는 ‘정치 검찰’ 주장을 고리로 대여 투쟁의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가 구사일생하면서 향후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필귀정…윤 대통령 사과하라”

민주당은 27일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의 무도한 왜곡·조작 수사는 법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며 “이제 이 대표를 겨냥한 비열한 검찰권 행사를 멈춰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야당 탄압에만 몰두하며 민생과 경제를 내팽개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이었음이 명명백백해졌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의 본분으로, 검찰은 검찰의 본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민생과 경제, 국정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야당 탄압과 총선 승리에만 올인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불통의 폭정을 멈추고 국민 앞에 나와 머리 숙여사죄하라. 내각 총사퇴를 통한 인적 쇄신 및 국정 기조의 대전환에 나서라”며 “있지도 않은 사법 리스크를 들먹이며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방탄'의 딱지를 붙이기에 여념 없었던 국민의힘도 사죄하라”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이재명 친정체제 강화될 듯

단식을 끝내고 당무에 본격적으로 복귀할 이 대표에게는 체포동의안 가결 국면에서 극심해진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을 수습하는 게 급선무다.

일단 민주당은 이 대표 친정 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 축출 또한 보다 노골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26일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야당 탄압’이라며 “지금과 같은 검찰 독재 국가에서 한 사람에 대해 정말 376회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독재탄압대책위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표 영장청구는) 검찰독재정권이 얼마나 무도한지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로 남게 될 것”며 “정말 신속한 수사가 목표였다면 국회 표결 절차 없는 비회기 중 영장 청구 택했겠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했다. 진상규명이 아니라 정치공작이 목표였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 영장이 기각되면서 이같은 검찰 수사 비판 논리가 더 힘을 받게 됐다. 

영장 기각은 체포동의안 가결로 흔들렸던 이 대표의 당내 입지 또한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비주류는 그간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들어 내년 총선 전 사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비록 불구속 기소 이후 재판 등 사법 절차가 남은 탓에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구속은 면한 만큼 결국 총선까지 이 대표 체제로 치룰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른 당 내분은 숙제로 남아 있다. 당장 박광온 원내대표·송갑석 최고위원 사퇴로 친명(친이재명) 일색이 된 지도부가 ‘가결파’ 축출을 벼르는 모습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가결파를 겨냥해 “잘못은 잘못한 사람이 잘못한 겁니다. 가결표를 찍어놓고 가결된 것은 민주당 전체의 잘못이라는 논리는 잘못에 잘못을 더한 더 큰 잘못“이라며 “옥석은 구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비명(비이재명)계 중진 설훈 의원을 가결파로 지목하고 “그동안의 발언과 당에 해를 끼치는 행위, 이런 여러가지에 대해 절차를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이 대표가 복귀하면 가결파에 대한 조치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가결파를 염두에 둔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 않는 상태다. 다만 최근 비명계 송 최고위원의 사의는 즉각 수리한 반면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 사의는 사실상 반려한 데서 이 대표 향후 행보를 가늠하는 시각이 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빠른 시일 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비명 끌어안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비명계 내엔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이 대표 리더십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사퇴만이 답이라는 입장도 있어, 이 대표가 통합 메시지를 내더라도 당분간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표는 본인 체포동의안 표결 전날 사실상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까지 번복하고 부결을 요청했지만, 당내 최소 29명이 가결표를 던지면서 영장실질심사에 끌려나온 모양새가 됐다. 특히 가결표 규모(149표)가 지난 2월 1차 체포동의안 표결(139표) 때보다 오히려 10표 늘어난 셈이라 이 대표 리더십이 상처를 입었단 평이 나온 터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 처리까지 되고 여러 리더십에 문제가 드러난 이상,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이 당에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도록 하는 걸 차단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표직을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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