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안 넘어지는 게 재선 전략? 80대 바이든의 애환
정치인에게 '나이'는 때와 장소, 사람에 따라 언제든 강점이나 약점이 될 수 있는 양날의 칼입니다. 젊은 정치인에게는 '참신함' 혹은 '혁신', '패기'로 강점이 되기도 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간주돼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나이 있는 정치인도 마찬가지여서 '풍부한 경륜', '노련함'으로 경쟁력이 되기도 하지만 '구태', '건강 우려' 등으로 비칠 경우 발목을 잡힐 수도 있습니다. 1997년 70대 중반의 나이로 취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신의 자서전에서 대선 당시 고령에 대한 편견으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넘어지지 않게 하라!'…바이든의 재선 전략
미국의 한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 참모진이 고령 논란을 막기 위해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고령 후보에 걸맞은 맞춤형 재선 전략인 셈입니다. 먼저 지난 6월 이후 미끄러지지 않도록 테니스 운동화를 더 자주 신도록 하고, 비행기 탑승 때도 전보다 짧은 계단을 기체 낮은 곳에 연결해 이용하도록 한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균형감각을 키우기 위해 지난 2021년 말부터 물리 치료사와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입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3.5%)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에 대한 우려(74%)가 4차례나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우려(62%)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또 민주당 성향의 응답자들 가운데 62%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을 후보로 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점이 반영된 것인지 지지율도 상당한 변동을 보였습니다. 그간 접전 양상을 보였던 것과 달리 해당 조사의 양자 대결에서는 트럼프 51%, 바이든 42%로 지지율 격차가 9%p까지 벌어졌습니다. 조사를 발표했던 워싱턴포스트도 예상 밖 결과에 다소 놀란 듯, 이번 결과가 다른 여론조사와 상충한다며 기존 추세에서 벗어난 이상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나이만 놓고 보면 최대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도 77살로 바이든 대통령과 3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건강 문제도 넘어지거나 굼떠 보이는 모습, 말 실수 등으로 우려를 낳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만큼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장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매년 검진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책, 능력, 건강까지…미 유권자 감별사 해낼까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신체적 · 정신적 건강 상태가 대통령직 수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직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면 지금 같은 '나이 논란'은 부당할 수 있습니다. 사실 나이보다 중요한 건 업무 수행 능력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아마비로 걸을 수 없었지만 무려 4차례나 대통령직에 올라 대공황을 극복하고 (비록 독일과 일본이 항복하는 걸 보지 못하고 서거했습니다만) 사실상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변이 없다면 내년 미 대선은 바이든 대통령 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두 후보의 정책과 능력뿐 아니라 건강 상태까지 감별해내야 하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걸로 보입니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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